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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ia Aug 26. 2024

10. 순이 국가대외문화무역기지의 갤러리들

리슨갤러리, MDC, 콩바이콩지



베이징을 오가는 관문 중 하나인 셔우두공항(首都机场)은 행정구역 상 슌이취(顺义区)에 속한다. 2021년에 중국최대 규모의 국제공항인 따싱공항(大兴机场)이 문을 열었지만, 거리적인 이점이나 취항 항공사 다양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셔우두공항이 외국인들에게는 친숙하다. 더불어 주요 국제학교들(International school)이 위치해있어서 베이징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이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셔우두공항 근처 매우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대외문화무역기지(国家对外文化贸易基地)는 여러 채의 거대한 빌딩들의 군집이다. 건물들에 입점한 업체들이 과학기술 관련 기업이나 스타트업인데다가, 대중교통편도 마땅치 않고 일반인들이 잘 찾아오기 어려운 위치에, 바로 내 눈길을 사로잡는 갤러리들이 있다.

거대한 네모 네모 건물숲

마치 이사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거대한 네모 빌딩들 사이에서 내 자신이 미니어쳐가 된 듯 두리번거리며 목적지를 찾다보면, 여러 동의 건물 중 D7 발견! 정말 뜻밖의 장소에 갤러리들이 잔뜩 모여있다. 추측컨대, 베이징시 또는 순의구 정부차원에서 이 지역에 국내외 갤러리들을 정책적으로 유치한 것이 아닐까 한다.


1층 - White Space (空白空间)

2층 - Blanc pop-up exhibition space

3층 - Contemporary Tokyo, Galerie Marguo, WOAW Gallery

4층 - Lisson Gallery

5층 - Massimodecarlo

6층 - Dangxia Art Space


나의 지식과 관심은 늘 그렇듯, 경험치 한계 내에서 컴파스를 돌리듯 움직이기 때문에 역시나 들어본 적 있는 갤러리들로 한정된다. 현재 거주하는 왕징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오며가며 가볍게 들리긴 어렵고, 사전에 전시 정보를 접하고 가고 싶은 전시일 경우 맘 먹고 길을 나서게 된다. 그래서 더 소중한 나들이가 된다.




리슨 갤러리

Lisson Gallery

里森画廊  

주소 : 北京市顺义区金航东路3号院D7楼4层

위챗 공식계정 : Lisson_Gallery


리슨갤러리는 영국의 아트딜러 니콜라스 록스데일 (Nicholas Logsdail)이 1967년 설립하였으며, 2014년 영국 신문 가디언은 그를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바 있는데, 그만큼 화려한 소속 작가들 - 라이언 갠더, 마리아 아브라모비치, 줄리안 오피, 다니엘 뷔랑 등이 있다. 런던, 뉴욕, 이스트 햄튼, 상하이, 베이징에 갤러리 운영 중이다.


줄리언 오피 Julian Opie (2022-2023)

1958년 영국 출생 줄리언 오피는 사진과 비디오 영상에서 얻은 이미지를 컴퓨터를 이용해 단순화시킨 다음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출력해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를 선보여서 친숙한 예술가이며,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이다. 베이징 뜻밖의 장소에서의 조우가 그저 반갑다. 회화, 금속조각, 디지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줄리언 오피의 시그니처 인물 묘사와 움직임을 만났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런던의 어느 갤러리 안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부러 오래 즐기고 싶었다.

전시장 밖에도 줄리언 오피 특유의 걷는 사람들 배너가 반겨준다 / 너무 조용하다고 주눅들지 않아도 되는 갤러리의 특성


션 스컬리 Sean Scully (2023-2024)

1945년 아일랜드 출생 추상화가. 극도로 절제된 색채로 스트라이프 무늬를 오랜 세월 동안 창작해왔다. 20대 시절 모로코 여행을 하면서 지역 특산품으로 나온 줄무늬 모양 패턴 천을 보고 영감을 받았으며, 북아프리카의 텍스타일과 카탈루니아 등에서의 체험이 녹아있다. 스컬리 작품은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함으로써 얻어지는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색채감과 강한 공간감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션 스컬리는 캘리 그로비에 <세계 100대 작품으로 만나는 현대미술강의>와 스티븐 파딩 <죽기 전 꼭 봐야 할 명화 1001점>에도 소개된 만큼 현대미술에서 빠질 수 없이 유명한 작가이며, 그가 창조한 가로 세로의 물감층에서 주말 아침 고요한 명상을 체험하고 온 기분이었다.


크리스토퍼 르 브룬 Christopher Le Brun (2024)

크리스토퍼 르 브룬은 1951년 생 영국 추상화가. 테이트 이사, 영국 국립미술관 이사, 왕립회화아카데미 창립 이사, 영국 국립초상관 이사 등을 거쳤으며 영국 왕립미술대학 학장을 지냈다. 2021년  “예술에 대한 봉사(for services to the arts)"로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전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런 작가의 작품이 베이징 공항 근처 조용한 건물 숲 사이 갤러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산책을 하듯, 그가 이야기하는 추상의 자연을 잠시 거닐다 올 수 있었다.

자연과 멜로디의 심오한 조화, 그 속에 내재된 음악성을 강조한다는 그의 작품은 추상화라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분야지만,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이런 그림 하나 소장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살며시 들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콩바이콩지엔

空白空间

White Space

주소 : 北京市顺义区金航东路3号院D7栋1层

위챗 공식계정 : whitespacebeijing


하얀 공간이라는 뜻의 갤러리인 콩바이콩지엔은, 독일 베를린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알릭산더 오크스 (Alexander Ochs)에 의해 2004년에 798예술구에 설립되었다가 2009년 차오창디(草场地)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젊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 소개하는데 초점 맞춘 젊은 갤러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14년 동안 차오창디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가 2023년에 차오창디(草场地) 전시 공간은 문을 닫고, 현재는 2021년 오픈한 순의 지역의 전시 공간만 운영되고 있다. 차오창디는 '화이트 스페이스'라는 이름에 맞는 참 멋진 공간이라, 시간 여유가 있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전시 보러 몇 번 훌쩍 달려가곤 했다. 거주지인 왕징에서 가깝기도 했고.

이제는 추억 속으로... 안녕!


현재 콩바이콩지엔은 리슨갤러리와 같은 D7 건물 1층에 위치해있다.

비가 꽤 많이 오던 어느 날


크리스틴 선 킴 & 토마스 매더 Christine Sun Kim & Thomas Mader <Lighter than air> (2024) 

베를린 기반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킴은, 1980년 생으로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자신의 경험과 현실을 작품 속에 녹여내 소리와 침묵에 관한 일관된 활동을 펼쳐왔다. 그녀의 사운드 설치작품 2점이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미술관에 소장되었으며, 2020년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수화 공연을 선보였다. 독일 예술가 토마스 매더와 2013년 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다루는 공유된 관행에 대해 공동으로 작업해오고 있다.


전시에서는 들리지 않음을 색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가시적으로 작품화 하였다. 수화와 호흡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작품 - 듣는데 문제가 없는 나는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렇기 때문에 동시대 미술은 나의 무지를 끊임없이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Massimo De Carlo

MDC画廊

마시모데카를로

주소 : 北京市顺义区金航东路3号院D7栋5层

위챗 공식계정 : MassimoDeCarlo1987


Massimo De Carlo (MDC)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로, 동명의 마시모 데 카를로(Massimo De Carlo) 대표가  1987년 밀라노에 설립되어 현재 밀리노, 런던, 파리, 홍콩, 베이징, 서울에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의 악동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소속되어 있다. 

리슨갤러리, 콩바이콩지엔이 위치한 D7 건물을 5층에 소박한 베이징 전시공간이 운영 중이었다. 미술 업계 종사자나 예술품 구매자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일반 관람자에게는 조금은 낯선 공간, 그러나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공간이므로 주눅들지 말고 입장해본다. 직원들의 눈빛은 예상보다 더 친절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들의 낯선 작품 앞에서 오픈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




평소 가보지 않던 지역, 

평소엔 몰랐던 갤러리, 

평소 알 도리가 없던 작가들과 작품, 

이를 통해서 평소 해보지 않았던 경험과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다양한 갤러리 방문은 미술에 대한 생가 뿐 아니라, 베이징 생활에 대한 지평도 넓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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