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을 극대화하는 5가지 방법
그동안 조직 문화에 대한 글을 본의 아니게 많이 쓰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필자는 조직문화 전문가도, HR 담당자도 아니다. 단지 현업에 종사하는 IT 담당자 중 한 사람으로서 훌륭한 조직문화는 조직에 필수라는 것을 많이 느껴왔기 때문이다.
매우 유능한 인재들이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조직의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팀워크가 발휘되지 못하며, 개개인의 성장마저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자의 글이 100%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여러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조사한 결과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5가지 조직력을 강화하는 리더의 자세에 대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구글은 약 2년간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들의 가장 큰 특징이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솔직한 내 생각을 전달했을 때 어떠한 피해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을 의미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조직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요소이므로 관리자들은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밑바탕이 된 조직에서는 조직원 모두가 참여한다. 서로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경청하는 문화가 있다. 구성원들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각 의견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며 배움을 토대로 더 큰 목표를 추구하며 결국 큰 성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된다.
반대로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쉽게 드러나는 한 가지 사례를 들라고 하면 단연 '침묵'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침묵을 택하는 이유는 대부분 무지하거나 무능력해 보이기 싫어서이기 때문이다.
회의시간만 되면 침묵을 고수하는 동료 또는 부하직원이 있는가? 조금은 들쭉날쭉해 보이더라도 혹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있지는 않은지 본인의 리더십이나 조직 문화를 재점검해보기 바란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약 60퍼센트가 단일 점수 등급 시스템을 활용했으며 42퍼센트가 강제 등급(Forced ranking) 시스템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 등급 시스템은 1980년대에 GE가 개척해낸 방법인데, 이 시스템에서는 특정 비율에 따라 평균 이상, 평균, 그리고 평균 이하 등급으로 직원들을 반드시 분류해야만 한다. 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은 연봉이 줄어들거나 해고되기도 한다.
현재 최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러한 평가 방식을 채용했었는데, 2013년 랭킹제를 폐지하면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본인의 실적 외에도 타인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표현해야 하고 이 부분이 평가에 매우 크게 반영된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아직 랭킹 시스템을 채용하는 기업이 상당수 있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보다 팀의 협동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peer review, 다면평가 등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정해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의 형태를 보면 대부분 인재 채용이나 재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채용이나 재교육도 기업의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학습회나 코칭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들을 통해서도 의외로 쉽게 성장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채용이나 재교육을 항아리의 큰 돌에 비유한다면, 코칭과 학습회와 같은 활동들을 작은 돌과 모래에 비유할 수 있다. 큰 돌만 가지고 조직이 성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조직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자기 성장모델을 꼽으라면 단연 '동료 코칭'을 들 수 있다. 동료 코칭은 서로가 서로를 코칭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선후배 문화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코칭받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그러한 특정 관념에 대해서만 해방될 수 있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잘 단결된 팀이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동료 코칭이라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팀원들은 쌍쌍이 앉아 지식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항상 한 사람은 가르치고 한 사람은 배운다. 역할은 때에 따라 바뀐다. TCP/IP는 A가 B를, 큐 구현은 B가 A를 가르친다. 동료 코칭이 잘 돌아가면 참가자들은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코칭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냥 같이 일하는 것일 뿐이다.
코칭이라 부르든 아니든, 코칭은 성공적인 팀 소통에 중요한 요인이다. 참가자들에게 업무적인 조율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도 제공한다. 기분도 좋다. 옛날에 받았던 의미 있는 코칭을 거의 종교적인 경험으로 회상한다. 과거에 나를 코칭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을 코칭하면서 즐겁게 그 빚을 갚는다.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코칭이라는 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경쟁적인 분위기에서는 미치지 않는 이상 자신에 코칭받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 주제를 내가 코치보다 더 모른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공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피플웨어, 톰 드마르코>
사람들은 각자 재능도 다르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르다. 어떤 업무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리더는 항상 그 일에 맞는 적임자를 선별해야 한다. 어떻게 선별하느냐고?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자원하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원을 유도함으로써 더 큰 책임감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나는 최고의 리더라고 생각되는 '마레바'라는 직원에게 우리 팀의 가장 힘든 업무를 맡긴 적이 있었다. 그 결정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힘든 문제는 가장 유능한 관리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도 마레바 팀은 잠재적 비즈니스 기회를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팀원들은 사기가 꺾였고, 마레바는 지루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더 힘차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맡긴 업무는 주로 분석 업무였다. 그 업무에 적절한 유형은 사무실 안에서 숫자 다루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마레바의 진정한 재능은 그녀가 공격적인 리더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스프레드시트와 씨름하도록 했고, 그녀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수백 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관리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마레바에게 즉시 그 프로젝트를 맡겼고, 그녀는 우리 팀은 물론 기업 전체 차원에서 최고성 과자로써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Radical Candor, 킴 스콧>
대부분의 관리자는 직원들을 통제하려는 무의식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현재의 지위 또는 경력에 오점이 생길 수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직원들을 성장시킬 수 없다. 오히려 관리자로서 당신은 매 순간마다 부하직원이 실수를 저지르면 어쩌나 하는 강박감에 시달릴 것이고 이 때문에 본인도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에서는 R&P(Rules and Process, 규정과 절차)와 F&R(Freedom and Responsibility, 자유와 책임)을 본업에 맞게 적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강력한 통제절차가 필요한, 한 순간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산업이나 일관성 있게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제조업에는 R&P를 적용해야겠지만, 이 외의 산업군 종사자라면 또는 기획 등 창의성과 도전이 필요한 직무 종사자라면 F&R 문화를 조성할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R&P 문화에서 오는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
부하직원이 좌절감을 느끼는 영역이 어디인지 찾아내고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허용해보기 바란다. 통제를 내려놓는다고 생각보다 큰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위에 적은 글들이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 거나 통제 수준을 낮추면 직원들은 한량해질 것이며, 자기 성장에 관심 없는 직원들은 아무리 좋은 교육제도를 만들어도 소용없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리더라면, 또는 리더의 위치로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항상 이상향을 쫒아야 한다.
약 15년 전, 스티브 잡스는 생산 등 여러 이슈로 기존 자체 제작 CPU를 버리고 인텔 CPU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HW와 SW의 독자 규격을 통한 최적화를 고집했고 그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2020년 애플은 탈 인텔은 선언하며 애플의 독자 CPU는 M1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CPU는 괴물 CPU라 불리며 데스크톱과 맞먹는 성능, 낮은 발열, 소음도 없는 최강의 CPU로 거듭나게 된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이상향을 꿈꾸지 않고 독자 CPU의 꿈을 접었다면 현재의 애플이 있을 수 있었을까? 리더란 이런 것이다. 그 이상향이 이루어지는 것은 5년 뒤가 될 수도, 다음 세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움직이려면 리더는 고집스럽더라도 항상 옳은 방향을 생각하고 팀원들을 설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단지 당신이 팀을 이끄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텔을 선택했던 2005년 그 당시에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2020년 팀 쿡에 의해 애플 실리콘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