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뛰어난 관리자라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생산성의 차이는 개개인의 성과로 연결되며,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재무적인 성과로 나타나게 된다.
IT업계에는 개개인의 생산성에서 양극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특히나 많은데, 뛰어난 개발자 1명이 그저 그런 10명의 개발자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많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IT회사들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고 뛰어난 개발자 모시기에 기를 쓴다.
그렇다면 뛰어난 개발자만으로 팀을 구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내 생각은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가능하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성과에 비례하여 보상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규칙 없음>에서 리드 헤이스팅스는 훌륭한 직원들로 직원들을 구성하면 규칙이 필요 없어진다고 얘기한다. 성과를 측정하여 확실하게 보상하고, 뛰어난 인재들을 위한 조직문화와 제도를 운영한다면 그것도 충분히 말이 되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같은 고용에 대한 유연성이 뛰어난 국가에서 해당되는 얘기다. 게다가 저런 기업에서는 내가 언제라도 저성과자가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항상 노출되어야만 하는 부작용이 있다. 넷플릭스는 키퍼 테스트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그냥 단순히 필요한 사람인가 아닌가? 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속적인 성과측정 및 해고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로켓처럼 성장하던 넷플릭스는 이미 성장이 멈춰버렸고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넷플릭스는 기존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직원 대부분이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전부 다 자를 것인가? 지켜볼만한 문제다.
2.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택 랭킹(Stack Ranking)
그 악명 높은 스택 랭킹이야말로 실패한 HR 제도의 표본이다. 직원들은 매해 고기 등급이 매겨지듯 상/중/하로 분류되고 하위 10%는 회사에서 내쫓긴다. 이러한 강제할당 제도의 문제는 지독한 내부 경쟁을 유발해 상호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협업과 시너지는 상실된 채 저성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부서 이기주의와 사내정치가 판을 치며 회사에 꼭 필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궂은일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게 된다.
본질은 "저성과자 해고"와 같은 노동유연성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저성과자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관리자들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고민해 본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해보았다. 물론 즉시 효과를 내는 해결책은 아니라는 한계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1. 조직 문화가 개인의 성향과 연관성을 점검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조직문화가 일치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나 회사의 조직문화가 독특하다면 말이다.
애플에서는 아무리 초안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는 기획서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테일한 것도 아주 섬세하게 다루는 장인정신을 우대한다. 반면 구글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리고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나가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구글에서 잘 나가던 사람도 애플에서는 저성과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뛰어난 관리자라면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여 문화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핵심 문화는 모두 동일하지만 부서별로 하위문화는 다르게 가지므로 비슷한 문화적으로 잘 맞는 부서로 이동시켜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 독서를 한다.
조금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관리자라면 독서를 해야 한다. 그래야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방법을 조사하고, 새로운 기법이나 방법론을 계속해서 습득할 수 있다.
아직도 스택 랭킹과 같은 구시대적인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도 이러한 독서량과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세워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서에 대한 통계량을 통해서도 설명이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서량은 20대에 연평균 약 18권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줄어들어 50대에는 6권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관리자들이 외골수로 행동에만 돌진하는 이유다.
3. 진심으로 주기적인 피드백을 한다.
진심으로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그만큼 관리자들이 면담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이다. 면담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관리자는 기대치를 조정해나갈 수 있다. 내가 겪었던 몇몇 관리자는 종종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면담을 회피하곤 했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현상은 남성 관리자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피드백이 잘 전달되려면 팀원이 안전함을 느끼고 어디까지나 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훈계 또는 비판하려고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이라도 섞인 태도가 보인다면 메시지가 똑바로 전해지지 않는다.
3. 사무실 환경을 점검한다.
개발자들의 업무 패턴을 보면 연구원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알고리즘을 짜거나 할 때 막혔던 부분을 풀기 위해 순간의 몰입이 중요한데, 주간에는 회의, 전화 등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요소가 많다. 당장 회의를 해야 하는 영업, 마케터, 디자이너 등 유관부서 담당자들이 이를 용인해줄리는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야근을 하거나 새벽같이 출근하려는 직원이 많은 이유가 사무실 환경이 열악해서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업무시간 내내 전화, 메신저에 상사의 질문에 대답하고 회의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다. 거기에 상사의 아래와 같은 질문은 이러한 좌절의 대미를 장식하곤 한다.
"아무개 씨는 일주일 동안 한 게 없군요?"
물론 조용하고 쾌적한 사무실 환경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확실하게 높여준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무 환경에 대한 나몰라라식의 대응은 실수다. 머리를 써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한다면 사무실 환경은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문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회사가 비좁고 시끄럽고 방해가 많은 사무실 환경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그들의 하루를 좌절감으로 채운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과 우수한 인력이 이직하는 경향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하려면 과제를 우수하게 수행한 사람들의 근무 환경 특징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근무 환경 특징을 살펴보면 된다. 우리는 상위 25%와 하위 25%를 비교했다. 상위 25%의 평균 생산성은 하위 25%의 평균 생산성보다 2.6배 높았다....
과제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끝낸 상위 25%가 일하는 환경은 하위 25%가 일하는 환경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상위 25%가 일하는 환경은 더 조용하고, 더 사적이고, 덜 방해받고, 더 크다.
- 피플웨어(톰 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내가 이러한 글을 쓴 이유는 저성과자 문제가 모두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만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회사에 10여 년 재직하면서 능력이 매우 출중한 친구들도 저성과자로 낙인찍혀서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종종 봐왔으니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리자들은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문화, 사무실 환경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또한 주기적인 면담을 통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야 할 것이다.
저 성과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당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HR 부서 그리고 담당자, 나아가서 회사에게도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