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혹은 조직원들의 잘못된 문화 형성으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실수 중 하나가 '핵심 문화와 하위문화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하위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1. 핵심 문화 vs 하위문화
핵심 문화는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핵심 문화요소를 의미한다. 이를 잘 구축한 경우 회사 전체가 하나로 응집하게 되는 역할을 해 준다. 핵심 문화는 어느 부서나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핵심 가치를 반영한다. 아마존의 고객 제일주의, 근검절약문화가 대표적이다.
핵심 문화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애플에서는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작품과 같은 제품을 추구한다. 이런 문화에서 아마존의 근검절약문화는 아마 효과가 없을 것이다.
반면 하위문화는 부서별 고유한 특성을 지닌 문화를 말한다. 누군가 정해준 문화는 아니지만 각 업무의 고유 특성에 맞게 진화한 문화일 것이다. 부서 또는 역할 간 서로 공유할 수 없는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하위문화라고 한다.
2. 하위문화는 왜 형성되는 것일까?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하위문화가 필연적으로 구축된다.
하위문화가 형성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서로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데에 있다. 수행하는 업무가 다르고, 각자의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러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을 테니 이질적이라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영업, 마케팅, HR, 엔지니어링 등 각 부서 직원들은 출신학교, 전공 취향도 다르고 적응할 수 있는 성격유형도 다르다. 이것이 결국 문화적 변동성으로 귀결된다.
영업 부서와 엔지니어링 부서의 차이를 살펴보자.
영업사원은 항상 정갈한 복장을 해야 하며,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어느 정도 추상적인 활동들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고객과의 접점 포인트를 찾아야 하고 그들의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다르다.
기술 조직에서 유능한 사람은 제품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소통을 해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재능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하위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3.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한 조직문화의 차이로 인해 부서 간 이질감이 발생하게 되고 부서 간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하위문화가 가진 특성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조직 간 힘의 불균형 차이가 적절한 하위문화를 구축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힘이 강한 부서의 정치적인 입김이 힘이 약한 부서의 하위문화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업부서의 힘이 막강한 회사의 경우 엔지니어링 부서 고유의 하위문화인 장인정신, 팩트체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하위문화인 정시출근, 보상 중심 문화를 강요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한 일이다.
이것이 핵심 문화와 하위문화를 구별하고 그들만의 하위문화를 보존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하위문화가 서로 다른 것은 각자의 역할이 다른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이는 부서만의 독자적인 문화로 이해를 해 주어야 한다.
훌륭한 기술자들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고 가끔은 업무 외적으로 부수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취미 활동인 셈이다. 따라서 기술자들에게는 낮이든 밤이든 원할 때면 언제라도 프로그래밍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 이런 연유로 기술자 문화는 종종 편안한 복장, 늦은 출근, 야근, 철야 근무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반면 영업 사원은 권투선수를 좀 더 닮았다. 그들이 자신의 일을 즐길지는 몰라도, 취미 삼아서 주말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영업 사원은 없다. 프로 권투시합과 마찬가지로 영업 활동의 목적은 돈과 경쟁이다. 따라서 영업 조직들은 수수료, 판매 경진대회, 판매왕 클럽 등을 비롯해 상금 지향적인 보상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영업 직원들은 외부 세상에 보여주는 회사의 대표 얼굴이므로 적절한 복장을 갖춰 입고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마다 조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핵심 문화요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문화 요소들을 모든 사내 부서에 동일하게 적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특정 기능들을 우선시하기 위해 다른 기능들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최우선이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살아남는다", "경쟁에서 이긴다"같은 덕목들은 전사적으로 시행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편안한 복장을 하라"거나 "오직 결과로만 말한다"같은 덕목들은 대개 하위문화에 더 적합하다.
-<최강의 조직, 벤 호로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