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하는 갱년기]완충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2)

- 딱 너의 숨만큼 있다 오너라 -

by 마글사

[러닝하는 갱년기]

완충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 딱 너의 숨만큼 있다 오너라 ―


이제 말짱하다.


그래서 잠깐 고민했다.
‘며칠 못 뛰었으니 헬스클럽이라도 가야 하나?’

러닝 마일리지가 눈에 밟혔다.


하지만 두려웠다.
혹시 덜 나은 건 아닐까.
또 같은 통증이 반복되면 어쩌지.

서울은 여전히 영하 10도 아래,
체감기온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
그리고 나는 반백 년을 살았다.
갱년기 한복판에 서 있다.

다시 말해,
나는 더 이상 ‘청춘’이 아니다.


나는 본래
가진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머릿속은 늘 복잡했고,
감정의 진폭은 북한산 높이만큼 오르내렸다.
생각할 틈조차 없을 만큼
몸을 혹사시켜야 하루가 정리됐다.

그렇게 십수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


얼마 전 검진차 들른 병원에서
비타민 D 검사를 권유받았다.

매일같이 러닝을 하고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내가
햇빛 부족을 걱정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돈 낭비 아닌가?’


그런데 결과는 단순했다.

“결핍이세요. 아주 바닥입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친구가 말했다.

“너, 너무 뛰나 보다.
몸을 다 써버리니까 결핍이지.
채우는 속도보다 소진이 더 빠른 거야.”


방전 속도가
충전 속도를 넘어선 상태.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내가 참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다.
〈나는 해녀입니다〉.

할머니 해녀, 엄마 해녀, 손녀까지
삼 대의 해녀가 등장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물질을 나서는 엄마에게
할머니 해녀가 말한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 있다 오너라.”


오늘도 살아내야 하고
내일도 살아내야 하는 나에게
이 말을 건네본다.


부디,
최선을 다해 오늘만 살 것처럼 살지 말자.


갓생을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다가
정작 갓에게 먼저 갈 수도 있으니까.


해녀들이
자기 숨만큼만 바다에 머물다 나오듯,

욕심내지 말고,


딱 내 숨만큼만 살아내자.

작가의 이전글[달리는갱년기러너] 완충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