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

불편한 자리에서 나를 드러내는 방법

by 은이영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입 시절에는 근무시간과 점심시간만 해도 가시방석인데

퇴근 후에도 팀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벅차다.

"막내가 골라봐."

간단한 그 질문에 회식장소를 찾아야 하고

이미 답정너인 팀장이나 선배들한테 몇 개 추려온 음식점에 대해 타박만 당한다.

어찌어찌 예약을 마치면 일찍 도착해서 수저나 술잔을 챙겨야 한다.

고기라도 굽는 곳이면 가위와 집게는 내 몫이 된다.

술과 음식은 모자라지 않게 계속 주문 넣어야 하고

음식점 이모님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바로바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연차가 조금 올라가도 다를 것은 없다.

일도 아닌데 일을 하는 느낌이고,

편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

회식에 익숙하지 않은 후배들이 혹여나 만취하고 실수하지 않게 챙겨야 하고

집에 갈 때는 택시를 잡는 등 상사들 배웅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자리를 어떻게는 "버티는 시간"으로 만든다.

핸드폰을 보기도 하고, 적당히 웃고, 시간만 흘러가길 기다린다.

물론 불편하다.

특히 본부장 등 임원과 함께 하는 자리일수록 부담스럽다.

억지로 웃어야 하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은 날도 많다.

나는 그런 날일 때마다 팀원들한테 농담처럼 말한다.

"본부장님께 들려드릴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씩 준비해 와."

하지만 농담이 아니다.

그 시간을 준비하란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식은 일이 맞다.

그리고 일보다 더 빠르게 인상과 평판이 바뀌는 자리이다.

회사에서의 평가는 보고서와 결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능력보다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상사들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의외로 회식자리에서 쉽게 드러난다.

회식을 버티는 자리가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너무 거창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작은 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기분 좋은 칭찬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형식적인 말은 금방 티가 난다.

"오늘 말씀 좋았습니다."

같은 말은 듣는 사람도 기억하지 못한다.

회의에서 혹은 회식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한

그 구체적인 한 장면을 짚어주는 게 좋다.

"아까 회의 때 말씀하신 그 방향,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상사는 "이 사람이 듣고 있구나"를 느낀다.


두 번째는 내 일을 흘리는 타이밍이다.

대놓고 어필하면 부담스럽다.

조언을 구하는 형태가 좋다.

"요즘 이런 방향으로 고민 중인데

혹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한 문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와

고민하고 있냐는 신호를 동시에 준다.

중요한 것은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짧고 정확하게 나라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회식은 길고, 상사 입장에서 부하직원은 많다.

친해지고 서로 알아가자는 취지고 회식을 마련하지만

상사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몇 사람, 몇 문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구석에서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회사에서의 기회는 항상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가끔은 이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용히 방향이 바뀐다.


아직도 나는 회식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술도 잘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짠을 외치며 잔을 부딪히고

앞에 놓인 다른 사람들의 빈 술잔을 채우는 사람이다.

회식 다음 날 아침에는 조용히 상사의 자리에 숙취해소 음료를 올려둔다.


불편한 자리일수록

조금만 다르게 쓰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게 다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하고 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오래 누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