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몸이 나를 깨운다

by 은하수

요즘 나는 새벽 세 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눈이 떠지는 게 아니라, 잠이 깨는 것이다.
방광이 가득 찬 듯한 느낌에 일어나면
시계는 어김없이 새벽 3시.


처음엔 그저 “어젯밤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똑같았다.
저녁 아홉 시 이후엔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기로 해봤지만,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남편도 새벽 두세 시쯤 깨면 다시 잠이 안 온단다.
지인에게 말했더니 “그게 바로 갱년기야.”
호르몬 변화로 방광이 건조해지고 예민해져서,
소변이 꽉 차지 않아도 마려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몸이 나에게 자꾸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이제 나 좀 돌봐줘.”


50이 되고 나서부터,
없던 몸의 변화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소변 때문에 새벽에 깨고, 무릎이 시큰거리고, 잠은 깊지 않고.
몸이, 호르몬이, 나에게 아우성치는 시기다.


두달 전에 동서가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같은 나이에, 나보다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었다.
동서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제 우리 몸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성적표를 내는 중이구나.’


오래전 둘다 새댁이던 명절 전날

종일 음식만들고 가게 직원들에게 음식을 나르며 고된

하루를 보낸 뒤,

둘이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밤이 생각난다.
시부모님의 사사건건한 간섭에 너무 지쳐있던 동서는
“이렇게사느니 차라리 암이라도 걸려서 다 끝내버리고 싶다.”
그때는 그냥 지나가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갑상샘암이 ‘얌전한 암’이라 위안을 삼지만,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신호를 외면하면 병으로 나타나는 게
우리 나이의 현실이다.


50, 이제는 내 몸을 다시 배워야 하는 시기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몸의 신호를 무시했고,
아파도 괜찮은 척하며 버텨왔다.


젊어질 순 없지만, 다르게 살 수는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고,
내 몸이 편안해하는 방향으로
삶의 속도를 조금만 낮춰보는 거다.



늦은 시간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일하지 말고,
귀찮더라도 장을 봐서 신선한 재료로 식탁을 차려야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커피 한 잔에 앉아 있기보다,
잠시라도 밖으로 나가 하늘 한 번 더 바라보자.


요즘 내 몸이 자꾸 속삭인다.
“이제 그만, 나를 돌보는 쪽으로 건너가자.”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몸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오래 참아온 몸이 내는 작은 신호들,
그건 우리에게 보내는 가장 솔직한 편지다.


우리는 지금,
일과 가족을 돌보던 자리에서

조금씩, 천천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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