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로 건너가며

by 은하수

강사라는 직업은 20년 가까이 나에게 큰 만족과 행복을 주었다.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돌아보면 노력의 결과로 그 꿈과 닮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10년 전쯤에는 강의하러 가는 교실의 담임교사들이
괜히 부럽기도 했고,
나는 마치 ‘잠시 들러 교육하는 외부 인력’처럼 보이지 않을까
스스로 움츠러들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가 아닌 강사라는 역할 자체가 나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걸 깨달았다.
강의는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내 방식대로 구성해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일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지시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방식이 나에게 훨씬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환경 분야는 흥미 요소를 넣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
만들기나 실험을 구성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오히려 쓰레기를 늘리는 건 아닐까?’ 하는
괴리감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


그러던 중 퍼실리테이터라는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되었다.
기후위기를 카드로 풀어내는 기후프레스크 워크숍
사람들이 과학 기반의 데이터를 스스로 연결하며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카드게임 같지만 내용은 매우 과학적이기에
그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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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느낀 것이
현장에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경험.
그 시간을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더 설득되고 변화되는 것을 느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깨달음을 옆에서 돕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
이 경험 덕분에 나는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는 80까지도 공부하고 배우고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직업인을 꿈꾼다.


지금 나는,
다음 삶으로 천천히 건너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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