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또 한 번의 연말

by 은하수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
50이 넘어 무슨 설렘이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나이를 먹어보니 나이는 그저 나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탄이 다가오는 계절에 마음이 설레는 감성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 같다.


12월은 강의가 줄어 비교적 한가한 달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만남을 미뤘던 친구들, 지인들과의 연말 모임이 몰려
오히려 더 바쁜 시즌이 된다.


바쁜 성탄 시즌은 숨겨두었던 맛있는 사탕을 하루하루 하나씩 꺼내 먹듯 보내다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르러서야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비로소 크리스마스의 절정을 맞는다.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이 자라며 산타 선물을 챙기던 시절을 지나

함께 파티를 준비하며 누리던 연말의 시간들은 1년의 고단함을 보상받는 선물 같은 순간들이었다.


올해는 딸이 집을 떠나 살게 되면서 파티가 시작된 뒤 도착해 함께 식사하고
선물을 챙겨 돌아가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에게 셀프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해 오던 환경동화를 모아 책으로 엮어

처음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판매하게 되었다.


겨울방학에 학교 수업에 활용해야 해 서둘러 제작하다 보니
디자인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내가 쓴 글로 만들어진 전자책을 마주하니
마음 한편이 뿌듯해진다.


대신 그 대가처럼
12월 한 달을 무리했던 결과로 몸살이 찾아왔다.
어제오늘은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근육통으로 고생 중이다.


고통 없이는 얻어지는 게 없는 걸까?


왜 이렇게 몸살이 심한지,
그동안 해왔던 몸 관리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아 허탈하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해야 할 목표가 생기면 몸을 돌보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이 집요함이야말로 내가 버려야 할 습관 중 하나다.
이런 집요함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발휘되었더라면
적어도 스카이 대학은 거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뻗어갈 필요는 없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몸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50대임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덜 일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것이다.


내 능력으로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느린 50의 선물을 음미하며
오늘도 내 몸을 돌보는 연말을 조용히 보낸다.


그리고 부족한 내 글이
초등학교 도서관 겨울방학 특강으로 필요하다고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이 연말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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