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다름의 공존이다.

조화롭다

by 은하연


샐러리아매장을 방문했다. 내가 들어설 때 매장이 텅 비어 있어서 잘 못 들어온 건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평소 처음 가는 곳이나 잘 모르는 곳을 갈 때는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매장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오늘 방문한 샐러리아매장도 가게 안에 손님들이 없어서 불안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손님이 없다는 것은 맛이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다.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도 다시 나갈 수없어 주문을 하려고 키오스크 앞에 섰다. 그 많은 샐러드 중에서 뭘 먹을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리코타치즈샐러드를 주문했다.


탁자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후로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배달에 익숙해지고 배민에 익숙해진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굳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전화 한 통이면 뭐든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매장에 손님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문하신 리코타치즈 샐러드 나왔습니다"

이제는 직원이 직접 내가 앉은 탁자까지 들어다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앞에 나와 있는 쟁반을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커다란 볼에 담긴 여러 가지 야채들과 리코타치즈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저절로 돌았다. 맛있는 걸 보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전까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멀리 달아나 버리는 듯했다. 우리는 때로 맛있는 음식 한 입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할 행복을 느낀다. 그건 배를 채워서라기보다, 그 맛에 스며 있는 기억과 온기,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까지 함께 삼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나한테는 그런 순간이었다.


샐러드에 토핑을 뿌리는 내 손이 벌써 춤을 추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먹어 보았다. 그러자 여러 가지 야채들이 치즈와 조화를 이루며 내 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내 몸이 저절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깨가 덩실거리고 내 입에서 노랫소리가 나왔다. 나는 지금 맛있는 존재가 주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큰 볼에 양상추, 계란, 토마토, 양배추, 크린베리 등이 옹기종이 모여 저마다의 맛을 내고 있었다. 누가 잘났다고 튀지도 않고 각자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채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나의 조화를 이루었다. 모두 생김새도 다르고 맛도 달랐지만, 앞서 나서려 하지 않은 채 서로를 살리며 조용히 어울리고 있었다. 누구도 자기 맛을 돋보이려고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 맛을 내고 있었다. 그 모든 조화로움을 커다란 볼은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는 듯했다.


모양도 맛도 다르지만 누구 하나 앞서 나서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처럼 조화를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용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 존중받고, 각자의 다름이 경쟁이 아니라 개성을 빛내는 힘이 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조화란 서로 다른 것들이 자기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부딪히지 않고 함께 어울려 더 편안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것이다. 누군가를 눌러서 맞추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만 튀어나와 돋보이는 것도 아닌, 각자의 자리가 존중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화는 같아짐이 아니라, 다름의 공존이다.

다름이 공존하지만 서로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란 튀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고, 앞서지 않아도 가치가 인정되며 각자의 속도와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 자체로 의미가 되는 사회일 것이다.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아도 매일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먼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옮고 그름을 서둘러 나누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성실함과 책임을 존중하고 말 한마디라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 그리고 불필요한 상처를 주는 말은 줄이고 다름을 이해하려는 질문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조화로운 사회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느냐에서 조용히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리코타치즈 샐러드를 한 입 먹으며 그 맛이 이루는 조화를 다시 느껴본다. 이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나 먼저 생각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 맛을 오래도록 음미해 본다.




조화-롭다(調和롭다)

형용사

서로 잘 어울려 모순됨이나 어긋남이 없다.


발음: 조화롭따

활용: 조화로워, 조화로우니


【(…과)】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 넥타이 색깔이 옷 색깔과 조화로워 보기에 좋다.

부부 사이가 조화로워야 가정이 행복하다.

산과 강이 조화롭게 둘러선 오지의 마을은 그처럼 극성스러운 매미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전상국, 하늘 아래 그 자리≫

< 출처 국립어학원 표준국어대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