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이 있어 오늘이 다정해진다.

천성호의『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를 읽고

by 기빙트리

책방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때가 아니다.
문득 들이치는 햇살 아래 책장사이로 먼지가 빛나거나,
누군가 내가 셀렉한 책을 만지작거리다 선택할때.
그런 사소하고도 흐릿한 순간들이 마음 한켠에 오래 남는다.


천성호 작가의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그런 감정을 조용히 긁어주는 책이다.
화려하거나 기교가 많지는 않지만,
그의 문장은 “나는 오늘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기록처럼 따뜻하다.

작가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것들에 눈을 주고,
누구에게도 말 걸지 못한 순간에 말을 건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
편의점에서 고른 과자를 망설이며 내려놓는 소년,
그리고 오늘도 별일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에게까지.


“사소함을 놓치지 않는 사람은
결국 타인의 마음도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는 말해주는 듯하다.
“그 하루 속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었어요.”


책방 앞 버려진땅에는 흰 개망초꽃들이 흐드러지고,
그 사이에 우뚝 선 살구나무 매화나무가 머리를 풀고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든 것이 사소하다면,
나는 오늘 사소한 것 속에 기대어 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하루에 한 줄쯤은
‘작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 꺼내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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