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를 다시 읽는 시간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고나서

by 기빙트리

종종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의 무늬를 그리고 있는 걸까.
살아낸 하루하루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삶의 결이 된다면,
나는 어떤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중일까.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그 질문을 오래도록 머금게 한 책이다.
이 책은 말한다. 인문학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무늬를 읽는 일’」이라고.
지식은 결국 사건이 남기고 간 흔적일 뿐, 중요한 건 그 사건을 관통해 살아가는 ‘나’라는 주체다.
그 무늬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질서와 시대의 논리에 잠식된 채
내 삶의 윤곽조차 잃게 될지 모른다.

책방이라는 공간을 오래 지켜보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적인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로 존재하고 싶어졌다.
책방 주인이 아니라 ‘책을 건네는 사람’,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으로.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누군가를 위해 책을 정리할 때, 책갈피 사이사이에 피어난 대화를 들여다볼 때,
나는 더 이상 역할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순간의 행위로 존재하고, 그 흐름 안에서 다시 나를 만든다.

최진석은 말한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욕망을 말하기가 조금은 편해졌다.
다른 이의 시선을 따라 살기보단,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소리는 여전히 작고 흔들리지만,
분명히 나만의 무늬를 그리고 있다는 확신은 있다.

서리단의 조용한 골목안에서,
나는 오늘도 작은 무늬 하나를 그리고 있다.
종이에 잉크가 번지듯,
살면서 흘리는 말들, 건네는 시선들, 그리고 오늘 읽은 한줄의 글들이 모여.


어쩌면 당신도 그런 무늬를 하나쯤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타인이 보기엔 별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당신이 만든 그 무늬는 당신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패턴이다.
그 무늬를 들여다보고, 삶을 나누는 것.
내가 책방에서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그것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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