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기다렸어요.
산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힘듦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끼곤 하는데, 같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다르게 굳센 체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감탄이 나올 때도 있다.
평일 오후, 인적이 드문 산을 찾았다. 낮고 짧은 코스이기에 등산 초보인 나에게 알맞은 산이었다. 아무리 초보자 코스여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처음 구매한 등산스틱을 개시하고, 가방 양쪽에는 이온음료를 꽂았다. 아무도 없는 길을 차분히 걸었다. 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 등산스틱의 경쾌한 발소리만이 산을 가득 채웠다. 얼마쯤 걸었을까. 뒤쪽에서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뒤에 사람들이 있나봐. 돌아보니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튀는, 빨갛고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 말고도 다른 등산객이 있었구나. 광활한 산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등산 초보인 나와 다르게 능숙해 보였고, 지치지 않는 발걸음으로 나를 따라잡았다. 나의 속도는 느리니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양보했다. 담소를 나눌 정도로 여유로운 체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무딘 걸음으로 도착한 정상, 환영인사를 받았다. 어서 와요. 언제 오나 기다렸어요. 뜻밖의 환대를 받아서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진짜요?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모른다. 나보다 일찍 도착하여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고 있었고, 자신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사람이 나였다. 인적이 드문 산에서 유일하게 같은 코스를 걸었던 등산객이었기에. 그 사람들은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정상석에 섰다. 그리고 나도 열과 성을 다해 셔터를 눌렀다. 푸른 호수와 절벽이 함께 나오도록 온몸을 길게 뻗어서 사진을 찍어줬다. 확인해 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핸드폰을 건넸는데, 그 사람들은 나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핸드폰을 요구했다.
나는 어색하게 정상석에 기댔다. 엉성하게 포즈를 취하는데, 그 사람들은 일제히 우리를 바라보며, 포즈 너무 좋다! 브이! 하트도 하트! 라며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덕분에 멋쩍던 나는 적극적으로 웃을 수 있었다.
화기애애하게 서로 사진 찍어주고, 다시 각자의 길을 떠났다. 그리고 하산길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수고하셨어요,라며 작별 인사를 건네줬다. 말주변이 없는 터라 어떤 말을 해야할 지 잠깐 고민하고, 네 안녕히 가세요,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인사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인연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