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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by 온작가


"엄마, 나 아빠랑 자면 안 돼?"


아이를 재우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누가 보면 아빠가

어디 멀리 출장이라도 갔나 보다 하겠다.

밀린 작업이 많아

자기 방에서 열일 중이었을 뿐인데...

하원하고부터 그렇게 붙어있었으면서도

아빠 없이 잠들려니 눈물이 났나 보다.


"하온아 너는 아빠~ 하고 부르면

언제든 올 수 있는 아빠가 있잖아.

엄마의 아빠는 절대 못 와..."


울음을 뚝 그치고 말간 얼굴로 나를 보는 아이.


"왜에?"

"대구 할아버지 많이 편찮으시잖아.

할아버지는 이제 엄마를 못 알아볼지도 몰라"


거기까지 말했는데 이번엔 내가 눈물이 터졌다.

아빠가 하루아침에 중증 치매환자가 돼

요양병원에 입원하고도

단 한 번 울지 않았는데

이렇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이가 따라 울까 봐 애써 태연한 척하며

늘 불러주는 자장가를 불러줬는데

눈물의 자장가는 음이 막 제멋대로였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각자의 아빠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그렇게 유난스러운 수면의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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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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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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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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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유난이라 했지만

웨딩스냅사진을

양가 부모님과 함께 찍었던 우리.

이 중 한 장은 어쩌면

아빠의 영정사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멋진 모습 여러 장 남겨놓은 게

정말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이 사진들이 없었으면

무엇을 붙들고 아빠를 추억하며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할까.

잠 귀한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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