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 만에 또 이사하게 된 썰
제지난해 8월, 우리 세 식구는 수년간 '단짠단짠의 추억들'을 선사해 준 서울을 떠나 단 한 명의 지인도 없는 낯선 동네로 이사했습니다. 참으로 별났던 아랫집 아저씨가 우리를 움직이게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꽤나 쾌적한 곳에서 이전보다 질적으로 훨씬 나아진 삶을 누리고 있으니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있을 리는 만무해요.
그런데 우리가 또 이사를 합니다. 1년 3개월 만에. 아무리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즐기는 나라고 해도 이사가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ㅋㅋ 누군가에게는 일생에 한두 번 뿐일 '거사'를 5살 딸 하온이는 그 짧은 인생에 벌써 두 번씩이나 치르게 된 사연, 들어보실래요?
제가 사는 이곳은 인천의 청라국제도시 바로 옆 '루원시티'라는 미니신도시입니다. 도시 자체가 조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깔끔하고, 인프라도 꽤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어서 살기 참 좋은 곳.
그런데 이사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게 맞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앞도 뒤도 옆도 고층 아파트뿐이고, 4시 정도부터는 영유아 기관들과 온갖 학원의 차량들이 정신없이 들어오는데 (여기 사는 아이들은 세상의 버스가 모두 노란색이라고 생각하겠다 싶을 정도로) 이런 데서 아이가 생애 가장 귀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
그리고 서울에서는 '이번 생엔 글렀다' 싶었던 아파트 살이를 당당하게 시작한 거까진 좋았으나 아랫집에서 그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뛰지 마 뛰지 마'를 달고 살았던 우리.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나도 모르게 까치발을 하게 됐던 날들. '이게 정상적인 삶인가'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이사 온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던 무렵 집을 내놨었어요. 계약 기간은 당연히 한참 남았지만 그냥 '혹시나' 하고 질러봤던 거지요. (나이가 들어서 용감해진 건지 성격이 급해선지, 마음먹은 건 일단 한 번 실행해 보는 편^^)
무려 1년 넘게 파리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 집에서의 아쉬움들은 다음 집을 고를 때 해소해 보기로 하고 마음을 비운 채 일상을 살아가던 무렵, 왜일까, 갑자기 집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하루에 두 팀 이상씩 한 일주일을. 그리고 갑자기 한 가족이 계약을 하겠답니다. 그것도 1월 10일, 약 한 달 뒤 이사를 온다는 것!
뭔가에 홀린 듯 매일같이 새 집을 보러 다녔어요. 밝은 낮시간에 다니는 게 임장의 기본이지만 맞벌이 부부라 그건 불가능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도 하원한 후인 6시쯤부터 적게는 두 집, 많게는 네 집까지도 가봤지요. 다행히 아이도 재미있어했습니다. '1번 집이 집안에 계단도 있고 제일 좋아' '2번 집은 더러워서 싫어' '3번 집은 집 앞이 너무 깜깜해' 나름의 평가까지 내려가면서.
뭔가에 홀린 듯 며칠 만에 새 집 계약을 했어요. 청라의 조그마한 주택. 밤새 뛰어도 괜찮고 더 이상 까치발로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되는 곳. 호수공원이 지척에 있어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도 있고 예쁜 카페들도 많고 깨끗하고 한적한...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새 보금자리.
'신도시에서 시골 아이같이 키우고 싶다'라고 늘 외치고 다녔던 나의 '희한한 육아 철학'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마음이 간질간질합니다.
짧았던 아파트 살이여 안녕. 우리에게 쾌적함과 편리함을 선물했던 너 '아파트'. 처음엔 집 주소를 쓸 일이 있을 때 '000 아파트'를 쓰며 좀 웃긴 자부심 같은 게 뿜뿜 하기도 했지만 너와의 인연은 그냥 딱 요기까지. 어떻게든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변태(?) 같은 나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 규격화된 삶을 살게 할 것 같은 너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너의 품에서 살지 않는다고 아이를 놀리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믿고 거르면 되니 그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우리는 또 이사를 합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보다 100배는 빠른 속도로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예요.
여러분은 어떨 때 '이사'를 생각하게 되셨나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책임져줄 수 있을 것 같은 '내 로망 속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