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
내 mbti는 intj이다.
이걸 먼저 꺼내는 이유는 내가 극내향형인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신나고 즐거운 만남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주일에 절반은 꼭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지만 나는 반대다.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완전히 방전되고야 만다. 그 자리에선 그저 조용히 웃고 사람들의 말을 듣는 유형에 속하지만 집에 오면 그대로 침대로 직행해 버리는 날이 많다. 그래서 나는 며칠 동안 혼자만의 동굴에서 조용히 충전하는데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이 시간... 소음 하나 없는 그 평화로운 공간 속에서, 가끔 고양이 고구마가 놀자며 울어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 조차도 내겐 고요한 일상의 일부다.
혼자 있는 동안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갑자기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내 다이어리에 필사한다. 이런 평화로운 순간들이 나를 숨 쉬게 한다.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 싶은 날도 있었다. 오롯이 나 혼자, 이렇게 평온하게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고립시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더 단단히 설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오늘도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쓰디쓴 커피 한 모금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내 손가락... 그 집중의 순간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이런 게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며칠 전에는 날이 너무 좋아 집에만 있을 수없어 차로 20분 거리의 산으로 향했다.
나는 산을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다. 내 속도에 맞추어 걸으며 나무를 보고 새소리도 원 없이 들으며 천천히 오른다. 쉬었다 가고 싶은 곳에선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앉아 바람을 느끼고 산에서 나는 흙내음을 힘껏 들이마신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메고 산을 오른다.
그 행복감, 자유로움이 너무 좋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 동네를 내려다보면 숨이 탁 트인다.
"참 좋다, 예쁘다."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난 사계절 중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 특히 가을산을 좋아한다. 너도나도 뽐내듯이 예쁘게 단풍이 들고 열매를 맺고 어떤 나무는 꽃도 피는 나무들 사이를 걷는 게 좋다. 또 떨어진 낙엽을 밞는 것도 좋아한다. 바스락 소리가 경쾌하게 울릴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난다.
요즘 산행에는 나만의 짝꿍이 있다. 작년에 어렵게 구한 반달이 인형이다. 붕어빵을 안고 있는 겨울 한정판, 입고 알람까지 맞춰서 샀다. 이 귀한 반달이를 내 배낭에 달고 다니며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나오면 이 인형과 같이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는 유치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인형과 함께 가면 더 신이 난다. 이 날도 반달이를 데리고 가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외로움보다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다.
혼자 있는 동안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 덕분에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설 수 있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그 고요한 순간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고 다시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힘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