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만에 회사를 가는 날 아침.
급하게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버스를 타고 회사를 가는데 '어딘가 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 이게 정말 느낌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목적지가 있다는 것이,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느낌이었는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서 집에 올 때도 '집'이라는 정확한 목적지가 있음에 행복해하고 그곳에서의 과업을 회사에서 하듯이 했다면 휴직 기간 동안 내 삶이 조금은 달랐을까. 어찌 되었건 나는 집에 일정 시간 동안의 휴직(?)을 내고 회사로 복귀했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집안을 돌보기 위해 계획을 짜고 여러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하니.. 정말 흡사 휴직을 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등원을 시키고 잠을 재우고 하는 제반 일들을 여전하지만, 주체성에 있어 약간의 달라진 느낌이랄까.
회사에 오니 정신이 없다. 오자마자 바로 파트장의 자리를 맡고,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조금은 어리바리하더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주는, 견뎌줄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참 고맙다.
우리 회사는 참 따뜻한 곳이다. 다른 회사와는 좀 다른 그런 분위기가 있다. 회사에 와서 받은 메시지들은 내 마음을 울렸다. '진짜 이 사람들... 너무 고맙잖아'
점심엔 다 같이 모여 맛있는 뼈찜을 먹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먹는 맵고 뜨거운 음식인지 모른다. 아이들과의 일상도 정말 좋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인 것 같다.
아무런 파일이 없는 새로운 컴퓨터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한 업무를 대하는 것,
인생의 한 텀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은 설렌다.
정신없이 바빠지겠지만 처음 느꼈던 고마움과 행복감을 잊지 않길 바라며,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동료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잘 지내보겠다고 불끈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