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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akong Jun 11. 2019

엄마가 되었다

10년을 일했다. 그리고 2년을 쉬었다.


회사 생활이 너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육아휴직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휴직'이니까, 일하는 것보다 괜찮지 않을까..라고.


하지만 나의 이 생각은 철저히 무너졌다. 나는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쉬었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먹고, 자고..이런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글도 쓰고 싶었고, 영어공부도 하고 싶었고, 운동도 하고 싶었고..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았지만, 이런 마음이 들수록 지금 처한 내 현실이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하나씩 그렇게 포기해버렸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는 텅 빈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신조로 육아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는 나보다는 아이들이 먼저였다. 나는 집안일과 육아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빠듯했고, 나의 생각은 아이들 관련된 것으로 가득찼다. 나는 그렇게 변해버리고 있었다. 아니 변했다. 하지만 나는 그 변화의 과정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복직을 앞두며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들도 많고, 무엇보다 지난 2년 동안 정체되었던 나 자신에 대해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아이들과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그리고 다른 것과 비교불가한 행복을 누리고 있지만, 내가 속했던 세상, 그 세상과는 단절되버리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

출산과 육아는 나의 삶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엄마의 삶이 이렇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지금의 나는,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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