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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akong Jun 13. 2019

엄마가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엄마가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여러 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 으로 범주를 좁혀 생각해보니 매우 기본적이지만 내게 부족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체력

인생에 있어서 체력은 정말 중요하다. 10대, 20대 때는 '까짓것, 안되면 밤새워서 하면 돼'가 통하지만 30대가 지나면 알게 된다. 밤새워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육아도 마찬가지이다. 하고 싶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특히 내가 아이들에게 화낼 때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면 내가 피곤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피곤하지 않으면 넘길 수 있었던 일인데, 내가 너무 피곤하고 졸리니까 버럭 화를 내버리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체력을 기르겠다. 그럼 공부도, 취업 준비도, 회사생활도, 거기다 육아까지도 보다 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강한 멘탈

나에게 있어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통제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작고 작은 존재들이기에 간혹 간과하게 되지만,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렇기에 나의 계획대로, 나의 뜻대로, 나의 바람대로 결코 흘러가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이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인생이 그렇듯이, 육아 또한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여정을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강한 멘탈이 나에게 있었다면 지금 나는 조금 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느긋함

아이는 더디 자란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것들 투성이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기본적인 것조차도 말이다. 처음 겪는 일들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해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경이로워야 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 조급한 나는 이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원래 잘해왔던 마냥 생각하며, 잘하지 않으면 화가 날 때가 있다. 밥 먹으며 많이 흘릴 때,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잘 못할 때, 그리고 잘 못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이 하겠다고 우길 때..나는 더 큰 그릇이 되어 아이들을 기다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재촉하고 채근할 때가 너무 많다. 내가 좀 더 느긋하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나 또한 쓸데없이 화를 내는 일이 적어질 텐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 요즘이다.

나는 겨우 2년 된 초보 엄마다. 화도 많이 내고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보내고 있는 엄마.

하지만 이런 나를 세상의 전부로 생각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고 감격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부디 이 시간이,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하길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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