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봄이 무사히 갔고 한창 여름맞이를 하고 있다.
예전엔 뭔가 흥미로운 일이 없을까... 단조로운 삶을 지겨워하곤 했다.
그래서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벌리곤 했는데 이제 알았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평범하게 보내는 보통의 날들이 얼마나 감사한 지 말이다.
일단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신나게 뛰고 장난감으로 다투고 삐치고 울고 하는
그런 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작년부터다. 내 나이 서른부터였다.
유독 면역력이 약한 둘째는 정말 자주 아팠다.
바람이 조금만 차다 싶으면 열감기. 후두염, 장염...
일단 영유아 질병은 쉴 틈 없이 이어지다 보니 제발 아프지 않은 평범한 날을 사무치게 그리웠다.
약을 안 먹은 날이 없을 정도로 병원, 약국, 집 그게 아이와 함께 보낸 장소의 대부분이었다.
작년 여름 기억나는 건 수족구. 보통 일주일이면 아문다.
같이 수족구를 겪었던 첫째는 이틀 만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둘째는 한 달 넘게 온 몸에 수포가 나서 걸을 수도 없었다.
통통 볼살도 다 빠지고 온 가족이 힘들었던 작년 여름.
그 여름이 다시 찾아왔다.
정말 올해엔 콧물 정도로 감기가 지나가서 이 또한 얼마나 감사했는지.
아이, 사람을 키워내면서 참 많은 걸 깨닫는다.
오늘 무사히 아무 일 없이 보낸 하루가 있다는 것,
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했다는 것.
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