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한켠에 있는, 아니 무의식 한켠에 있는 공간이 있다.
나에겐 어릴적 집 근처 시장의 '떡볶이집'이 그러했다.
비좁아서 작은 식탁에 2~3명 앉으면 꽉 찼다.
거기엔 떡볶이와 어묵만 파셨는데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100점이면 엄마는 날 항상 그 떡볶이집에 데려가 주셨다.
그런데 정말.
정말 맛있었다.
일단 자리에 급하게 앉아(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셔서 틈이 나는 때)
엄마가 떡볶이를 시켜주시고, 옆 마트로 가서 흰 우유 하나를 사오셨다.
그러면 갓 나온 떡볶이를 한 입 먹고 흰 우유 마시고
그 맛이 정말 맛있었다.
떡볶이도 윤기났고 무엇보다 엄마랑 급박하게 이뤄지는 따뜻한 데이트가,
떡볶이의 맛을 더 살렸다.
그 기억이 참 좋았다.
그래서 받아쓰기 100점도 좋았지만 사실 그 점수에 대한 기억은 크지 않다.
그냥 엄마랑 둘이서 떡볶이 먹고 배불리 나왔던 기억.
엄마와 떡볶이집 주인 아주머니의 대화를,
흘려들었던 기억.
그게 다 좋았다.
그 기억이 잘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떡볶이를 먹었던 그 나이로 아이가 컸다.
집 주변 떡볶이집은 없다.
다만 조용한 한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서 아이와 둘이서만 데이트를 했다.
우연히 들렸던 그 카페.
사람도 북적이지 않고 재미난 책들이 정-말 보물처럼 있었다.
그 말은 하여금, 때 묻지도 않고 깨끗하고 정말 아이의 관심사와 취향이 듬뿍 담긴 그 책들.
아마 사장님의 자녀분도 아이와 나잇대가 비슷하였던 것 같다.
거기서 몇 시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고
나도 거기서 귀중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그 카페 데이트가 참 좋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의 떡볶이집도 생각났다.
추억의 공간은,
다시 재생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