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에 살면서 누리는 몇 가지 혜택 중의 하나, 한국보다 비교적 싼 가격에 열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곳에서 한국의 배와 단감, 복숭아, 딸기를 먹으려면 안 그래도 비싼 가격에 몇 배를 더 줘야 한다.
그러니 한국의 배, 감, 복숭아, 딸기와 열대의 망고, 두리안, 망고스틴, 멜론은 서로 쌤쌤인 셈이다.
타지에서 보면 적도에 걸쳐있는 이곳은 열대기후다. 한국의 사계절로 따지자면 일 년 내내 여름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계절이 존재한다.
건기와 우기. 그중에서도 우기에 속하는 요즘을 현지인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무심 망가. 망고의 계절. (musim무심 ; 계절)
한국에 주로 수입되는 망고는 태국이나 필리핀 산이 많다고 들었다.
수출 시 거치게 되는 살균과 증열 처리 때문인지 보통 한국에서 접하는 망고는 껍질이 노랗게 후숙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곳 현지 망고의 색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곳의 망고는 꼭지 부분이 좀 거뭇하게 변하긴 해도 여전히 초록인 채 안은 익어있는 게 보통이다.
사과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듯 망고의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곳 자카르타에도 현지에서 생산 유통되는 망고도 있지만 수입 망고도 있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현지 망고를 더 좋아한다.
수년 전 이곳에 방문했던 한국 사는 언니는 아직도 그때 먹은 망고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언니는 아무리 맛있는 식사를 하더라도 망고 먹을 배를 꼭 남겨뒀었다. 매일, 매끼, 망고를 먹었다.
어쩔 땐 끼니를 망고로 대신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 못 할 가격에 놀랐고 현지에서 맛보는 현지 과일 맛에 감탄했다.
한국에 돌아간 직후, 이제 수입산 망고는 못 먹겠다며 책임지라고도 했다. 물론 다시 수입 망고를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망고들이 잔뜩 쌓여있다.
대학 진학 때문에 이곳을 떠난 딸애의 최애 과일이기도 했던 망고.
지금 인니는 망고의 계절이다.
이곳의 다양한 망고를 눈으로라도 맛보시기를.
이건 하룸 마니스(HM; harum manis)라는 이름의 망고로 아주 대중적이고 많이 즐겨 먹는 상품이다. 향기롭다는 뜻의 하룸과 달콤한, 단 의미의 마니스가 붙어있으니, 달콤한(단) 향이 나는 망고 되시겠다. 같은 하룸 마니스여도 상태에 따라 최상품은 저 가격의 몇 배를 줘야 한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 과일칸에도 이놈들이 있다.
이건 조금 가늘고 길쭉하며 껍질이 좀 맨질맨질한 느낌의 망고다. 사과 품종을 부사나 엔비만 알고 있듯, 내가 아는 망고 품종도 무척 제한적이다. 그저 모양으로 다른 종류군, 할 뿐이다.
이것도 아룸 마니스 품종의 일종인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싼 걸 보니 더 맛있을 듯하다. (비싼 게 맛있을 확률이 높기는 하더라)
이건 마트에 있는 망고 중 가장 연한 색을 띠고 있다. 싼 가격에 사 먹어 봤는데 망고를 흔히 접하던 우리 가족에게 맛없다며 천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언니는 이것도 맛있어했다.
무심 망가를 그리워하는 딸애의 최애 품종이다. 실제로 보면 훨씬 색이 예쁘다. 노랑과 주황을 쨍하게 섞어놓은 껍질에 크기는 위의 것들에 비해 작다. 덩치 큰 남자들 주먹 만한 정도. 맛과 향이 위의 것들 중 가장 진하고 세다. 딸애처럼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무 진해 안 먹는 이들도 있다. 크기가 작은 탓에 살이 좀 적어 가격대비 과육의 가성비는 좀 낮은 편이다.
이건 소개하는 망고 중 가장 사이즈가 크다. 길쭉하고 맨질했던 망고처럼 이것도 표면은 다른 것보다 좀 두꺼우며 맨질거리는 느낌이다. 에르윈은 사람도 많이 쓰는 이름 중 하나다. 예전 회사 기사의 이름도 에르윈이었다. 어쩌자고 사람도 쓸법한 이름을 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영수, 태현.. 같은 이름이 망고에 붙어있으니.. 영수 망고, 태현 망고 정도의 느낌이랄까.
현재 할인 중이긴 하나 위의 연한 색깔의 망고처럼 이것도 잘 사지 않은 것 중 하나다. 사견이지만 연둣빛을 띄는 망고는 당도 면에서 조금 덜한 듯하다.
이름의 아랫 줄에 쓰여있는 마날라기(manalagi) 자체가 망고를 뜻한다. 그러니 직역하자면 망고망고인 셈이다. 가장 망고 같은 망고인 걸까? 먹어 본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맛있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