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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얀띠는 생일 선물을 사러 가자고 했다. 내 생일은 일주일 후였다.
“내일까지 사야 돼. Pilih aja.(골라)”
뭐냐고 물어도 가보면 안다며 나를 재촉했다.
까까(언니)는 작년에 머리띠를 선물했다. 그전에도 줬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그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얀띠는 어릴 땐 아무것도 해줄 필요가 없다며 할머니 말을 흉내 내곤 했다.
나를 나은 건 엄마지만 나를 키우는 건 얀띠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얀띠와 나는 서로의 말을 자주 썼다.
할머니는 내가 인니어 쓰는 것보다 얀띠가 한국어 하는 걸 더 신기해했다.
나는 얀띠 손에 이끌려 아파트 지하로 연결된 몰로 향했다.
급히 교복을 갈아입느라 맺혔던 땀이 몰에 들어서자 사르르 증발했다.
나는 얀띠 손에 들린 지갑을 보았다. 엄마가 잘 안 쓴다며 준 핑크색 뱀 가죽 지갑이었다.
올해는 초등학생이 된 해라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고 얀띠는 한 달 전부터 말해왔다.
월급이 얼만지는 모르지만 한 번씩 시골 동생들한테 보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몰은 사람들로 붐볐다. 특별한 행사 때면 항상 그랬다.
유아용품 행사 때는 아기랑 젊은 부모가, 캐릭터 행사 때는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만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얀띠는 내 손을 잡고 행사장 쪽으로 비집고 갔다.
“와-”
그곳은 마치 밀림 같았다. 또 사막 같기도 했다.
작은 동물원처럼 별의별 동물들이 부스에 있었다.
등이 뾰족한 사막 거북. 손바닥만 한 햄스터.
자세히 봐야 하는 애기 카멜레온. 징그럽게 변한 어른 카멜레온.
엄마 손가락 정도의 작은 뱀. 나보다 훨씬 긴 대왕 뱀.
인형인 척하는 부엉이. Salak(열대과일 종류) 같은 피부에 갈라진 혀를 가진 도마뱀 등.
개와 고양이가 아닌 신기한 동물이 가득했다.
얀띠는 동그래진 나를 쳐다보았다.
“다정. Mau apa?(뭐 원해?)”
나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다 신기했고 갖고 싶은 게 많았다.
얀띠는 천천히 보고 뭘 사고 싶은지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매장에 적힌 숫자로 가격을 알 수 있었다.
구경은 뭐든 되지만 살 수 있는 건 그렇지 않다는 거쯤은 알만한 나이가 됐다.
얀띠 지갑에 얼마가 들었느냐에 따라 내가 사야 할 게 결정된다는 것도.
“까까(언니). 얼마 있어?”
나는 선택의 폭을 좁히기 위해 금액을 확인하고 싶었다.
“Yang seperti itu nya mahal sakali.(저런 건 엄청 비싸)”
나는 조명 아래 바위처럼 엎드려 있는 사막 거북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은 것도 내 머리통보다 컸고 제일 큰 놈은 할머니 엉덩이보다 더 컸다.
펜스에 걸린 나무판에는 작은 게 1 juta, 큰 건 3 juta 라고 쓰여 있었다.
얀띠는 좀 놀란 눈치였다.
얀띠가 지갑을 열었고 나는 까치발을 하고 핑크 지갑을 들여다보았다.
십만 루피 지폐가 대략 다섯 장, 오만 루피와 이만 루피 지폐도 몇 장씩 보였다.
“근데 나 거북이 싫어해. 저기가 보자.”
이번엔 내가 얀띠 손을 끌고 다른 부스로 향했다.
(계속)
* 1 juta : 약 10만원 / 3 juta : 약 30만원
* 십만 루피 : 약 1만원 / 오만 루피 : 약 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