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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Z Aug 15. 2021

단편의 단편

모니터만 보면 손을 뻗게 되자 깨달은 사실

아. 우선 탄식부터 나온다.

기술 발전으로부터 촉발된 나의 이 인지부조화랄까.

휴대폰과 아이패드 등 각종 터치형 모니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노트북으로 나의 기계가 바뀌었을 때, 무심코 화면을 터치하게 되는 현상.

그래서 삼성에서 화면을 터치하는 노트북을 만들어낸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양한 기계의 사용법이 혼재되어있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자꾸만 이런실수의 경험이 늘어날 것 같은,

그럴 때마다 나의 자존감은 1씩 사라질 것 같은 그런 예감.


물론 다양한 기계를 하나하나 사용해 보는 데 재미가 있으며,

그 하나하나를 뜯어볼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여유가 동반되어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겠지만.

경력이 단절되고 난 뒤 아이들과 4~5년을 그냥 그 방면으로는 아무 생각없이 지내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하나의 불안 내지는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휴. 나도 한 때는 얼리어답터였는데.


이게 뭐 별거냐고, 다들 한 번씩 손을 뻗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라고 할거다.

나의 아이들은 이미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다가,

티비로 영상을 보여줄 때는 나처럼 티비에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손을 뻗는 것과, 내가 손을 뻗는 것은 애초부터 다른 시작점에 있다.


아이들의 세상 속, 모니터라는 것은 누르면 터치가 되는 것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또 다른 기계인- 하지만 모니터보다 훨씬 거대한 tv모니터는

당연히 그런 기능을 탑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이미 두 기계를 모두 경험해 보았고, 하나는 터치가 되고 하나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휴대폰과 같이 노트북이 터치가 가능한 물건이었다고 생각하듯 누르고 난 뒤,

내 행위에 대한 잘못을 인지하게 된다는데 있다.


아이들은 습득의 단계에서 자신의 이전 학습을 토대로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이므로 아마 그 잘못을 알고 난 뒤에는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관성에 의해 저지르는 실수이기 때문에

세상에 기계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 기계들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내 수행능력은 더 떨어지리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장황하게 이야기 했지만,

결론은

나는 나의 노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가끔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골라놓고도  

그 사이트에 가입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해서,

그 많은 사이트들의 비밀번호를 다 기억하지 못해서,

카드를 등록하지 못해서 내게 주문을 부탁해오시는 경우가 있다.


그게 뭐라고, 그걸 귀찮아서 때로는 마음 속으로 한 숨을 쉰 적도 있었으리라.


국세청에서 종합소득세 신고하는 건 또 얼마나 복잡한가.

나 역시도 버벅일 때가 있는데

이제 67세인 우리아빠에겐 그조차 얼마나 버거운 일이겠는가.

죄송하다. 내가 느끼고 보니 그렇다.


부모님이 부탁하는 그 사소한 것들이,

그들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버겁고 복잡한 것일지.


롯데리아에 놓여있는 포스기 하나를 사용하지 못해서

햄버거를 사드실 수 없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기사를 그저 웃으며 볼 수만은 없다.

그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고민해봐야한다.


그리고 그 전에 우리 부모님을 세심하고 따뜻한 눈으로 들여봐야겠다.

내가 더 늙어서

더 많이 느끼고,

더 후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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