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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야 Oct 22. 2021

너와 나의 색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면

너 말고 이외의 것들은 희미해지곤 했다.


나는 너에게 스며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

네가 좋아하는 장소

네가 좋아하는 노래

소리 없이 나는 네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내 사랑에도 영원은 없었을까

나도 변했고

너도 변했다.

배려는 권리가 되어갔고

이해는 당연함이 되어버렸다

오해는 쌓여만 갔고

오해가 진실로 바뀌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 이상 관심을 내어주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였다

아마 서로가 그랬을 테지


그때부터였을까

너의 색깔로 물들여진 내가 씻겨져 나가기 시작한게.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 분홍색, 보라색

여러 가지 색깔이 뒤섞인 물이 내게서 흘러나왔다


이 색깔은 어디에서 왔을까

네가 가지고 있던 색깔이었을까

내가 가지고 있던 색깔이었을까

우리가 나누어 가졌던 색깔이었을까


우리가 나누어 가진 색깔이었다면

어디까지가 나의 색깔이며

어디까지가 너의 색깔인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에게 물들어 있었다는 것


그 색깔은 분명 예뻤고

사랑스러웠었다는 사실


내게 스며든 너의 색깔이 다 빠져나가는 순간

나는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원래 나의 색깔이라 할 수 있을까


흰색에 파란색이 섞이면 하늘색이 되듯

파란색을 씻어낸다 해도 완전한 흰색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처럼

내게서 완전히 너를 지워낼 수는 없겠지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조금 슬펐고

벌써 그리워졌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그 색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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