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천천히, 복잡할수록 단순히

지금 초조해하고 있는가?

by eun

습관

내가 머무는 곳엔 항상 아날로그 원형시계가 있다. 집과 사무실.

그 이유는 시곗바늘이 내가 활동해야 하는 시간과 남은 시간을 직관적으로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만 있는 전자시계는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로딩 시간이 걸릴뿐더러 자칫 오산하여 실수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시간을 자주 보는 탓에 가끔 일시적으로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공간에 원형시계가 없으면 살짝 불안하다.


지각

나는 이제껏 지각을 손에 꼽을 것이다. 늦을 바에야 차라리 먼저 도착해서 시간을 때우는 일을 선택한다.

이 루틴은 늦어서 상대 또는 내가 시간을 허비하는 피해로 미안함과 양심이 없어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먼저 도착해 그 주변 탐색을 하거나 하는 등 미안하지도 않아도 될 불편한 마음을 차단하는 루틴을 가지기로 했다.

한 번은 매번 늦는 친구에게 기다림을 느껴보라 일부러 늦은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악행을 계속하기엔 내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내가 늦음으로써 상대방의 시간을 소비시킬 권리는 없다. 시간은 돈이니까.

그러므로 미안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려주는 것은 당연한 배려가 아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때(교통체증, 자연재해, 사고, 누군가의 비보 등 스케줄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 외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늦잠을 잤거나, 준비시간이 오래 걸렸거나, 시간을 착각했거나 등)의 시간을 소비한 거라면 나는 무척 화가 난다.

화가 나도 화를 낼 수 없는 관계와 내 기준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것도 화가 난다.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니까.


마감

요즘은 마감까지 해야 할 업무량을 대략 짐작해 보면 ‘힘들겠구나’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더라도

겉으론 그렇지 않은 척.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마셔보고 책도 읽고 취미생활도 더욱 열심히 해서

절대로 초조하거나 정신없어 보이지 않으려 한다. 겉으로 그러면 안으로도 그렇게 물들어 가기 십상이다.

여유가 있고 침착함에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에도 이거 다음 저거, 저거 다음 그거로 쌓여있는 업무를 보아도 한 숨이 나오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근차근하다 보면 마감시간보다 더 빨리 끝나 있더라.

그 때문인지 정리가 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급박하더라도 주변 정리나 업무 스케줄이나 정리를 하고 나서 일을 시작한다.


초조

한 번은 직장에서 내 동료가 어떠한 압박에 시달리는지 본인의 초조함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고

‘나의 불안감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구나’ 반동이 작용해서 여유 있어 보이고자 했던 것에 계기가 되었다.

물론 거기에 동요되지 않는 나의 정신력도 한몫해야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이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적인 일에는 항상 감정을 배제하려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찾아오는 것은 그 감정이 싫어서이기 때문에 애초에 상황을 차단하는 것으로부터 방지할 수 있다.

그 동료에게도 본인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고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영유하고 향유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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