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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KOO RN May 29. 2021

작지만 거대한 의료도시

로체스터 미네소타 - 메이요 클리닉

  올해 4월 말 부터 메이요 클리닉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처음 이 곳에 오게 되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해마다 랭킹 1위에 꼽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의료조직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도 되었다. 이곳에서 내가 하게 된 일은 이전 직장에서 하던 것과 같이 Wound Nurse(상처간호사). 지금은 아직 오리엔테이션 중이라 주 4일 근무하지만 교육이 끝나고 내가 원하면 주5일도 가능할 것 같다.  


 로체스터로 이사온 지도, 메이요에서 일하게 된 지도 한 달 남짓 되어 그동안 내가 느꼈던 점 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우선 메이요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업무의 분업화가 조직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내가하는 일을 중심으로 보면 내가 속해 있는 Wound Care 는 기본적인 상처간호에 집중하고 장루환자들을 보는 Ostomy care 팀이 따로 있다. 그래서 난 장루환자는 더이상 보지 않고 오로지 상처 간호만 하게 되었다. 또 수술 상처인 경우 주로 수술한 팀에서 부위를 관리하고 Wound VAC 같은 기구도 수술팀에서 주로 다룬다. 만약 상처가 순환계 문제로 인한 Vascular Wound 혹은 당뇨로 인한 상처라면 Vascular 팀에서 주로 처방 및 치료계획을 담당한다. 또 물리치료사 들 중 상처 치료에 분화된 팀은 괴사 조직 제거를 위해 특수 장비(Ultrasonic mist therapy/초음파분무치료) 를 사용하여 상처 치료를 담당한다.


 이렇게 다양한 팀으로 업무가 분화되어 있다보니 일반 간호사들 혹은 담당의가 상처간호사에게 일차적으로 의뢰를 하면 우리 팀에서는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누구에게 담당 업무를 의뢰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업무에 있어 관련 프로토콜과 알고리듬이 병원 내 인트라넷 찾기 쉬운 곳에 저장되어 있어서 좀 애매한 경우는 그걸 참고해서 판단을 내린다. 업무 분화가 잘 되어 있다보니 치료에 있어 보다 전문적으로 일관성 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특히 일반 환자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세세한 업무까지도 특수 인력이 있다보니 특정 술기를 연습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 분은 다른 병원 경력 없이 메이요에서만 5년 이상 스탭널스로 일하다가 우리 팀으로 왔는데, 지금까지 환자 단순도뇨를 한 번도 안해봤다고 했다. 여기엔 Urology tech 이 그 업무만 담당해서 하고 있다. 한국 경험까지 포함해서 난 한번도 환자의 잔뇨량을 체크하고 단순도뇨 업무만 하는 포지션을 본적이 없어 신기했다.   


 다운타운(시내)의 대부분은 병원 관련 건물이다. 로체스터 시 자체는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지만 병원 조직이 워낙 크다보니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시내에 제법 높은 건물들을 볼 수 있는데, 호텔 혹은 식당이거나 병원 건물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건물들이 모두 지하 혹은 스카이웨이로 연결되어 있다. 병원 관련 건물 뿐만 아니라 주요 호텔들도 지하가 병원과 연결되어 있어서 눈이 많이 오는 겨울 혹은 날씨가 안 좋을 때 이동하기 편하다. 다운타운에 있는 Mayo building 과 Gonda building 은 주로 외래 환자들을 위한 곳으로 각종 검사 혹은 진료를 하는 곳이고 주 입원 환자들은 다운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Saint Marys Campus 에 있다. 난 세인트메리 캠퍼스의 총 4개 유닛(Med-Surg 병동)의 상처 관련 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다. 다운타운에서 세인트메리캠퍼스까지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걷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어서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병원 자체가 워낙 크고 수 많은 이름의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 곳에서 몇 년을 일한 사람들도 장소를 헷갈려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병원 곳곳에 환자, 방문객 등을 위한 헬프데스크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https://www.mayoclinic.org/patient-visitor-guide/minnesota/campus-buildings-maps/mayo-gonda-buildings


내가 근무하는 세인트 메리 캠퍼스 일부

메이요 클리닉은 로체스터가 본원이고, 애리조나 플로리다에도 분원이 있다. 미네소타, 아이오와, 위스콘신 전체에 70여개의 크고 작은 클리닉과 병원들을 함께 관할하고 있어 그걸 합쳐 Mayo Clinic Health System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체스터 본원에는 3만 명 정도의 근로자가 일을 하는데, 로체스터 시 인구가 10만이니 사실상 병원과 관련된일을 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전체 구성원의 최소 절반은 넘는 것 같다. 시내에 직원들을 위한 주차장은 주중에는 이 곳에 오래 일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되어서, 최근에 입사한 사람들은 주로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시 전역의 4-5개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병원으로 가는 셔틀을 탈 수 있어 난 사실 복잡한 시내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 보다 이렇게 통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미국에 와서는 사실 버스를 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매일 버스를 타다 보니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생각이 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느끼는 메이요 클리닉의 특징 중 하나는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들이나 역사적인 기념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세인트메리캠퍼스의 경우에는 건물 자체가 오래되어서 뭔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각종 그림이나 조형물들은 병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 또 일하는 직원들 역시도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감사하다. 



이제 막 시작한 업무와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느라 첫 한달은 정말 분주했다. 이제 미국엔 백신 접종률도 상당히 높아졌고, 미네소타 주를 포함한 많은 주들이 현재 백신 접종자들은 마스크를 의무화 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도 환자 직접 접촉 업무가 아닌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공지가 나와서 조만간 많은 곳에서 마스크 없이도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메이요 클리닉, 로체스터에서 다가올 여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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