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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Jun 27. 2020

프로포즈 거절 쿠폰사용기

 2019년 8월 휴가로 우리는 세네갈로 향했다. 세네갈은 내가 2015년부터 살던 곳으로 세네갈에 살기 시작하며 알렉스와 잠시 헤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나와 그의 공백인 그 시간들을 방문하며 메꿔주고 싶었다. 내가 살던 께베메르라는 동네 옆에는 롱뿔 사막이 있는데, 처음 방문 한 날 알렉스를 꼭 데려오고 싶단 생각을 했던 곳이었다. 밤하늘엔 은하수가 펼쳐지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춤을 추고 별을 보며 샤워를 하고 화장실 볼일까지 볼 수 있는 그 롯지(텐트형 숙소)를 알렉스도 분명 좋아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역시나 사막을 처음 본 알렉스는 토끼처럼 사막을 뛰어다니며 좋아했고 그날 밤 밥을 먹기 전 그에게 그곳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반지도 없이 그저 구구절절 읊어대며 "아직 너에게 내 비밀을 모두 말하지 못했지만, 이곳은 정말 프러포즈하기에 너무 좋은 곳인 것 같아! 빈, 내 비밀을 듣고 이 프러포즈를 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근데 지금 꼭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나와 결혼해 줄래?"라는 그에게 기분이 오묘하면서도 이상했지만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날 우리는 engage 한 상태가 되었고 공식적으로 피앙세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과 다 같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춤을 추고 놀았다. 하지만 그 즐거운 곳에서 무언가 찜찜하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저버리지 않았고 나는 그를 불러내 '미안한데, 네가 준 프러포즈 거절 찬스를 지금 써야겠어'라며 프러포즈를 거절했다. 프러포즈는 우리 모든 사전에 이야기하기로 한 비밀 이야기를 다 마치고 그다음에 진행해야겠다며 거절을 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우린 사막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약 열흘의 시간을 세네갈에서 보내고 우린 아비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다시 출근을 시작했고 알렉스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다. 회사를 다니며 집에만 있는 알렉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정말로 어려웠다. 유난히 해가 빨리지는 아비장은 내가 퇴근할 시간이면 이미 해가 져있었고 당시 사무소에는 인력 교체 및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시에 퇴근하기는 어려웠다. 어느 날, 햇살이 눈부신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내 옆에서 잠들어있는 이 아이가 없다면..? 장거리를 하는 몇 달들은 참을 수 있겠지만 평생 이 아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싸우고 화내고 미워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꼭 안아주며 그에게 물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 그리고 그는 잠결에 '정말..? 응! 결혼할래' 하고 그는 다시 잠이 들었고 나는 출근을 했다. 오후가 되어 집에 돌아온 나를 본 알렉스는 집에만 종일 있던 강아지처럼 달려와 내게 물었다. '빈!!! 너 혹시 나한테 프러포즈했니??' 그리고 나는 '너 엄청난 여자 친구를 뒀느줄 알아. 나는 너의 꿈에서도 프러포즈하는 여자야. 이런 프러포즈 스토리 들어는 봤니?' 그렇게 우리는 being engaged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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