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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Mar 31. 2017

취중진담


요즘 이곳은 너무나 덥다. 너무나 더워 헐떡이다 길어진 해가 그만 가야겠다며 인사를 할 무렵 갑자기 와인이 마시고 싶어졌다.그런 나를 잘 알고 방학이 시작되기 전 와인 한병을 수도에서 사왔더랬다. 같은 동네사는 m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난 와인 마실꺼야. 같이 마실래? 마시다가 집에가고 싶으면 알아서 가."


그리고 반병을 조금 넘게 비울때쯤 그녀는 쿨하게 설거지를 하더니 떠났다. 우리는 만나면 썰전을 방불케하는 토론공방이 이루어진다. 정치에서 철학 연애사까지. 항상 이런 주제의 토론은 엄마와만 했었는데 새로운 사람과 사고를 공유한다는 걱이 참 재미있고 흥미지다. 때때로 (어르신)친구 사람들이


"빈아 너는 생각이 너무많아. 너혼자 철학하냐? 단순하게 살아. 사는데 별로 도움이 안돼."


라고들 하신다. 그럼 네 하고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선생님! 젊은 사람들 생각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잖아요! 젊은사람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이 많으면 힘내라! 라고 하셔야죠 칭찬은 못해주시면서 왜 면박을 주시나요!"


샛파랗게 젊은이가 달려들면 재미있으신지 계속 툭툭 던지시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친구분들이 계시다. 한 선생님께서는


"다들 너만한 또래는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너는 내게 친구였으면 좋겠어"라고 하셨다. 그말이 참 듣기싫지않았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는 개인적으로 철학과목이 중등 정규 교과 과목에 추가되면 좋겠다. 왜 사는지, 삶에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살아야 하는 이유, 내가 행동해야하는 이유, 많은것들에 대한 이유를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것이 너무나 아프고 힘든일이지만 어떠한 이유와 스스로 합리화를 하지않으면 몸과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끊임없이 스스로와 대화하고 어릴때는 그것을 엄마와 공유하며 길라잡이가 되어 주셨다. 긴시간 떨어져나와 홀로지내며 스스로 판단하고 공유대상이 없었는데 나의 새로운 사고 공유 친구가 이 마을에도 생겼다. 사고가똑부러진 그녀와의 대화에서는 장르가 어마무시한 카테고리를 넘나드는데 언제나 감정표현을 확실하게 해주는 그녀와의 대화가 너무나 즐겁다. 확실하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고말할때마다 토론의 욕구가 솟아난다. 오늘은 연애사로 시작해 정치로 끝났으니 말 다한게 아닌가 싶다.








몇 번의 연애속에 때때로는 받는 사랑을 하고 때때로는 주는 사랑을 하곤 했다. 언젠가 오랜시간 전 일방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매우 사랑을 했다고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사랑을 했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것은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것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이었다. 마음을 활짝 열기까지 두려움이 엄습했던 것은, 그가 나를 향한 사랑에 대한 지속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언젠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지하지 못했고 믿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의 크디큰 사랑은 더욱 사랑에 대한 갈증만 늘어났다. 언젠가부터 지칠때오 지쳤을 그에게 쉽게 뱉은


"변했어!!!!" 라며 그도 나도 서로에게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 결국 긴시간 내 곁을 지켜주던 그는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나는 이렇게 생각 했다.


" 그럼 그렇지. 영원한 사랑이어디있어."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 인간은 영생을 할 수없기에 더욱이 영원히 함께 할 수없다. 떠난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날 여행을 하던 중 누군가가 내뱉은 "용서"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멤돌았고 결국 인적없는 길바닥에서 주저앉아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내가 그에게 용서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깨닫고보니 내가 그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 그 전에 나는 내가 나에게 용서를 먼저 구해야 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고 감정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나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그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그에겐 전해지지 않을 편지를 써내려 갔다. 길고 근 말끝에 내가 하고싶었던 단 한마디는


"미안해. 정말로 "


사랑을 너무 몰랐던 내가 사랑을 주는 이를 알아봐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받아보았기에 사랑을 할 타이밍에 사랑임을 눈치채고 모르는척 하지 않고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다. 또 그사랑에서 배운 사랑이 또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더이상 부정하지않고 사랑할 수 있게 가르쳐주었다.


나의 모든 사랑은 끝나지 않고 나를 성장 시키고있다. 비록 관계는 끝났을 지언정.


내 삶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나를 키운 큰 원동력이었다.


알딸딸한 와인한잔과 음악 그리고 바람에 고백해 본다.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나를 성장시켜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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