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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Oct 03. 2017

조금 이른 한 해 마무리, 명절 땀하릿

아슈라  [āshūrā’]

이슬람 제례의 하나로,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에서 매우 달라진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헤지라 이후, 헤지라력 1월의 제10일째를 단식의 날로 정했다고 하며, 이날을 아슈라라고 하는데 이는 유대교의 요무 키플(속죄의 날)의 단식을 모방한 것이었다. 이슬람 교단이 유대 교도와 결별한 후에 이 계율은 신도에게 강제력을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경외한 수니파 이슬람교도는 아슈라의 단식을 자발적으로 행하고 있다. 시아파에서는 3대 이마무의 푸사인이 이날에 카르바라에서 옴미아드 조군에 의해서 살해된 것을 기념해서 성대한 애도제를 행한다. 시아파 사람들은 푸사인의 전사를 순교로 보고, 이 애도제에 그의 순교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재현하거나, 가두 퍼레이드를 벌이는데 시아파 사람들이 아슈라의 날에 행하는 이들 일련의 행사는 타쟈(taziya)라고 한다. 타쟈에서는 푸사인의 관의 모조품이나 푸사인의 절단된 손의 모각이 나오거나, 참례자가 사슬로 자신의 신체를 때리거나 하는데 이들 행사는 비이슬람적 요소에 유래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슈라의 타쟈에서 시아파 이슬람교도의 종교감정은 최고조에 달해서, 그 종교적 활력을 재생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슈라의 여러 행사를 오늘날 시아파 제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성대하게 행하여지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이며 그 이전의 것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슈라 [āshūrā’] (종교학대사전, 1998. 8. 20., 한국사전연구사)


 작년 모로코에서 온 친구 아민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눈 것이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세네갈의 종교는 결코 이슬람이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접한 이슬람의 세계는 세네갈이었고 정통이 아닌 세네갈만의 전통 토속신앙이 섞이고 섞여 새로운 종교로써 등장한 기분마저 든다. 작년 땀하릿 때 세네갈 친구에게 땀하릿이 이슬람 종교의 명절인지, 세네갈의 명절인지 물었더니 세네갈의 명절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뒤늦게야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땀하릿이 이슬람력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듣고서야 종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슬람 종교의 마지막 날이라며 땀하릿에 초대를 받았고 즐길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한 이슬람력의 마지막 날은 이미 9월에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상하다고 여겨 열심히 검색해 보니 땀하릿은 아슈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이 되어진다. 위에 인용한 것과 같이 정통 이슬람에서는 자해를 하고 단식을 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도 이 행사를 타쟈와 비슷한 타쟈본이라고 부른다. 아슈라를 검색해보니 온통 자해와 단식 등 강한 내용의 기사밖에 없었는데 이슬람식 종교행사라고 하기엔 전통 명절에 가까운 세네갈의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타쟈본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땀하릿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플라스틱 통과 깡통을 드럼 삼아 따자본이라고 하는 공연을 준비한다. 얼마나 두들겨대는지 한참을 소음으로 시달려야 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이날은 저녁에 쩨레 라고도 불리는 세네갈식 꾸쓰꾸스를 먹는 것이 전통이다. 세네갈식 꾸쓰꾸쓰는 갈색이고 모로칸식 꾸쓰꾸스는 밝은 아이보리의 향이다. 세네갈에서는 이 세네갈식 꾸쓰꾸쓰를 쩨레[Thiéré]라고 부른다. 땀하릿이 지나고 나면 쩨레 많이 먹었냐는 등의 인사들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실 처음엔 모로칸식 꾸스꾸스는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술술 넘어가는데 세네갈식 꾸쓰꾸쓰가 너무 거칠어 먹기가 많이 힘들었는데 이것 또한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하는 요리를 먹어보면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한 맛이 나고 소스를 올려 손으로 뭉쳐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꾸스꾸스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자주 만들기엔 너무 번거롭고 힘든 요리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따자본의 전통에 맞추어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 분장으로,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 분장으로 일종의 코스프레를 하며 노래를 하며 곳곳의 집들을 방문해 쌀과 설탕 혹은 돈 등을 얻으러 다닌다.  작년 땀하릿 때는 루가주에서 보냈었는데 아무래도 작지만 도시이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즐기지는 않는 것 같았다.(아마 빌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즐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번엔 내가 살고 있는 께베메르라는 빌라지보다 더욱, 작고 작은 소수민족 saafi saafi족이 살고 있는 diass라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각양각색의 아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밤이라 사진 찍기가 너무 힘이 들었는데 겨우 몇몇 아이들을 붙잡아 사진 찍자고 졸라선 찍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빌이나 도시 쪽에서는 따자본행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고 이 문화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세네갈식 꾸스꾸슬 [출처 : 구글]

 






 작년 이맘때 잦은 방문을 했던 쟈스, 내가 처음 빌라지를 찾던 그 날은 내가 세네갈에 온 지 고작 1년도 되지 않았을 때였고(아마 8개월? 9개월 차쯤) 언어가 통하지 않아 현지 인네 집 엘가도 긴 수다를 떨기에는 힘들어할 때였다. 빌라지를 처음 찾았던 그때도 사무엘과 빠삐스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은하수 구경에 별똥별들과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삐스는 나를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며 사피사피족의 일원 (?)으로써 싸피싸피 밴드의 일원으로써의 존재감을 항상 각인시켜 주었다. 춤도 노래도 잘 모르는 나에게 공연장에서 노래를 시키고 춤을 시켰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세네갈래들도 잘 모르는 아주 작고 작은 소수 부족인 사피사피족에서 코리엔 빈따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사피족들이 처음 만난 아시아인, 사피사피 전통노래를 부르는 코리엔, 빈따가 된 것이다. 1년을 가까이 바쁘다는 핑계로, 멀다는 핑계로 수도에서나 공연이 있다 하면 가곤 했었지 빌라지 방문을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빌라지는 감회가 새로웠다. "고마워"하고 한국어로 반기는 빠삐스를 비롯하여 온 길에서 친구들이 "빈따!"하고 부르는데 오랜만에 찾은 나를 기억해준 친구들이 고맙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처음 쟈스를 방문하던 날 빠삐스랑 나눈 이야기가 있었다.


빠삐스 : 께베메르에서 넌 어떤 존재야?

빈따 : 나?! 여왕이지!!! 푸하하 농담이야

빠삐스 : 왜 그렇게 생각해?

빈따 : 농담이야 농담! 외국인이 워낙 없는 빌라지라 사람들이 다들 나를 알아. 자꾸만 찾아오고 돈 달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빠삐스 : 앞으로 네가 여왕이 될지 아닌지 지켜보겠어!

빈따 : 농담이라니까~



한해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그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빈따 : 빠삐스, 나 그날 너와의 대화 이후로 진짜 열심히 일했어! 그땐 1년도 안 됐을 때였는데 이젠 고작 24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너와 약속을 지키려고 잠도 안 자고 일했어! 

빠삐스 : 하하하 그래 기억해. 그래서 오지도 않고 일만 했구나! 스트레스 없었고?

빈따 : 스트레스? 받았지! 하하 그래도 진짜 재미있었어. 


우리는 저녁으로 꾸스꾸스를 먹고 조금 쉬다가 공연장으로 향했다. 빠삐스와 사피사피 패밀리들은 리허설을 시작했고 어느 순간 순식간에 공연은 시작되었다. 사피사피 패밀리는 항상 공연에 나를 위한 노래를 꼭 한곡은 불러주는데 이날은 나를 위한 곡만 세네곡이 나와서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이 한곡 있었는데 처음에 빈따 그녀는 한국인이래요 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불어가 아니었고 사피어였다. 사피어로 


세상 사람들은 빈따를 알고 있대요, 빈따가 세네갈에 와 무사히 일을 마쳤고 모든 사람들이 빈따를 알게 되었대요. 사피사피 패밀리도 만났고 모두 빈따를 환영한대요. 이제 빈따가 돌아가야 한대요 한국으로. 그녀가 행복하길 바래요. 



 나에겐 사피패밀리로써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르지만 언제나처럼 내가 유일하게 완창 할 수 있는 사피사피의 전통노래, "실냐바예"를 한곡 불렀다. 작년 여름 이곳에서 빠삐스와 봉고를 두드리며 배웠던 노래, 어느덧 마지막곡으로써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세네갈식 이슬람의 마지막 날, 땀하릿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최근 세네갈에는 공항이 새로 개설되었는데 바로 쟈스 빌라지 옆이라 접근성이 더 좋아진 것이다. 열심히 돈 벌어서 남편이랑 애들이랑 공항에서 바로 오면 쟈스 빌라지의 까즈(세네갈 전통 가옥) 내방은 꼭 지켜줄 테니 다시 돌아오라는 인사와 함께 새벽녘 새해를 시작하였다. 다음날 빠삐스가 좋아하는 아리랑을 사피사피버젼으로 리메이크하여 함께 불렀고 다음 공연부터는 아리랑을 꼭 부르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짐을 챙겨 떠나는 나를 보며 아이들이 몰려와 실냐바예를 불러주었다.


떠나기 전에 웃어주세요. 당신이 떠나고 나면 내 마음속에 당신의 웃음을 간직할 거예요. -실냐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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