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

2026.03.29

by 은봄


이상하게도

무너질 때는

소리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

버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되고


나는 그냥
가라앉는 쪽을 선택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아래로 내려간다


붙잡을 수 있는 게 있었는지
모르겠고


손을 뻗어도
닿는 게 없어서


결국
가만히 있게 된다


이쯤 내려오면


슬프다기보다
비어 있다는 말이 가까워서


울고 싶은 마음도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 끝난 건 아닌데
이미 다 지나온 사람처럼


아무것도 없는 얼굴로
조용히


맨 아래에
닿아 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