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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May 25. 2017

리스본, 존 버거

 우리네 삶 속으로 스며드는 생의 수는 헤어릴 수 없다.




혼자라서 외로웠어요.
그건 정말 의외로구나, 얘야. 너는 자유로웠어.
모든 게 겁이 났어요. 지금도 그래요.
당연하지.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니? 두려움이 없거나 자유롭거나 둘 중의 하나지. 둘 다일 수는 없어.
둘 다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은 확실히 모든 철학의 목표겠죠, 어머니.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건 철학이 아니야.
어머니는 제일 좋아한다는 커스터드 케이크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사랑은 그럴 수 있지. 잠깐 동안. 어머니가 덧붙였다.
자주 그러셨나요?
한 번, 아니면 두 번.
이 말을 하면서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암호를 말해 주지 않았을 때 얼굴이 번지는 그런 미소였다.

그이와 나는 함께 별을 바라봤어. 그리고 난 서두르지 않았단다. 겨우 열일곱 살이었으니까. 사실 그를 만났을 땐 열여섯 살이었어.
1909년.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읽었던 떄지. 그를 만난 건 일요일마다 터너의 수채화를 보러 가던 테이트 갤러리에서였어. 그가 차 한 잔을 하자고 했고 - 당시에는 커피가 흔하지 않았거든 - 노년에 이중생활을 했던 터너의 얘기를 들려주더구나. 나는 그가 노인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 네 나이의 반밖에 안 됐었는데. 그래서 이 남자도 이중생활을 하는 게 아닐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나. 그 다음 일요일엔 미리암의 얘기를 해줬지.
성경에 나오는 그 미리암이요?
둘 다. 성경 속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 그리고 이거 아니? 나를 미리암이라고 불러준 건 그가 처음이었어! 집에선 언제나 밈이었거든. 아버지의 말들이 있는 마구가을 떠날 때는 밈이었는데, 북스홀 다리를 건너 템스 강 저편에서 그를 만나면 갑자기 미리암이 됐던거야.
그분하고는 언제 결혼하셨어요?
그이가 인도에서 돌아와 있을 때였고, 결혼을 하면 그를 붙들어 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 구 년 동안은 내 옆에 붙들어 뒀지. 그 구 년 동안 그이는 미리암과 행복했어.
일은 안 하셨나봐요?
궁금한 게 많고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어. 그와 대화할 수준이 되기 위해 나도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지. 얘기로 밤을 새울 때도 있었어. 그이는 나를 깨워서 정원으로 데리고 나가기도 했는데, 정원이 꽤 컸거든. 세네카의 흉상 아래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었고, 아담과 이브처럼 거기 서서 해가 떠오르는 걸 보곤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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