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훈 Mar 06. 2023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동해선에서 읽은 책 22

"탐욕과 시기가 이토록 강한 것은 이것의 선천적인 강도 때문이 아니라 다 같이 늑대가 되자는 세상의 압력에 저항하기 어렵다는 데 기인한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읽은 작가들이 하도 인용해서 도대체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들춰보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한병철, 지그문트 바우만, 강상중 등이 하도 인용해서 읽어 봤다.


소비사회를 다룬 학자들의 계보

이 업에 종사하면서 소비사회를 다룬 책을 읽다 보니 나름 족보가 생겼는데.... 짐멜에서 시작해서 보드리야르, 바르트, 르페브르를 거쳐 매크라켄과 최근의 한병철과 지그문트 바우만.. 심지어 마이클 샌델까지... 에리히 프롬은 이 족보의 큰 어른이지 않을까?


일단 이 책이 왜 고전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었는지 놀랐다. 그러니까 어떤 책이 고전의 목록에 있어서 손이 가기 꺼려지고 그 꺼려짐 때문에 작가와 독자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계몽주의 이후 유럽 기독교를 산업종교로 해석한 것도, 마르크스를 휴머니스트의 맥락에서 해석한 것도, 소유와 동일시에 대해서 해석한 것도. 


지금의 시각으로 읽어도 전혀 고전적이지 않고 오히려 동시대적이다. 특히 후반부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대안을 보면... 기본소득, 페미니즘, 대규모의 참여정치, 양극화 해소... 정보 접근권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이 1976년에 써졌다는 걸 생각하면 놀랍기도...


범우사상 신서의 목록에는 에리히 프롬의 책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독자와 만나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열 가능성을 상실하고 있는지도... 서점에서 같은 페이지를 까치와 범우사 버전을 펴놓고 읽고 그나마 자연스러운 범우사버전을 택했다. 좀 젊은 번역가와 신선한 출판사가 다시 번역해서 새 옷 입혀서 세상에 다시 내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


아... 이 양반이.. 새로운 세계를 위한 대안 중에 첫 번째로 제시한 것이 모든 산업 광고의 세뇌적 방법의 금지였다. ㅎㅎㅎ. 2021.0130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