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 피곤하면 스스로 쉴 줄도 안다.
오후 세 시 반. 은채가 낮잠을 잡니다.
은채가 낮잠 자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만큼 은채는 초등학교 들어 간 이후 거의 낮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주말에 고령과 합천을 오가며 많은 체험을 했고, 특히 해인사는 입구부터 제법 걸어야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월요일엔 아침 아홉시부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방송 댄스를 소화했으니 피곤을 느낄 만 합니다.
은채는 점심을 먹고 미술 학원 갈 시간을 기다리면서 “아, 잠 온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래서 갔다 와서 자라고 했죠. 하지만 진짜 자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갔다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 넘치게 아빠랑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카드 게임을 할 것이라 예상 했죠.
갔다 와서 잠시 앉아서 만화를 보던 은채는 아빠에게 와서 잠시 쉬겠다고 말합니다. 전 잠자리를 봐줬습니다. 가을 초입의 부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안방으로 쉽사리 건너옵니다. 은채는 그 바람 밑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잠시 공부방에서 글을 쓰다가 집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불안해졌습니다. 안방에 가서 은채의 자는 모습을 봅니다. 은채가 낮잠을 자는 집은 고요합니다. 아빠를 부르는 소리도, 만화를 보며 깔깔대는 소리도, 카드 게임을 하자고 조르는 소리도 없습니다. 이렇게 조용해지면 아빠는 하나의 쓸모가 없어진 느낌입니다. 은채에게 늘 필요한 존재로 보내 온 저로서는 은채가 분명히 집에 있는데 은채가 찾지 않는 낮잠 시간이면 묘한 허전함을 느끼는 것이죠.
살짝 깨워 봤습니다. 한번 뒤척이고 더 깊이 잠듭니다.
나중에 깨면 실컷 괴롭혀 줄 테니 아빠도 지금 좀 쉬어 두라는 것 같습니다.
이젠 피곤하면 알아서 쉴 줄도 알게 됐습니다.
크면 클수록,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게 많아질수록 아빠를 부르는 횟수는 줄어들겠죠?
그러면 참, 허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