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건축가 전성은 Sep 01. 2018

쾡한공간에서 찐한 만남

공건 밀도 차이가 주는 기쁨 , 두번째 이야기


보통 '희박하다'는 단어는 부정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볼 때 이 희박하다란 단어가 긍정의 의미로 작용하는 곳이 미술관이 아닌가 합니다.  미술관의 공간 밀도는 매우 희박합니다. 작은 미술관이어도 작품 하나에 부여되는 공간을 보면 그 어떤 장소보다 작품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미술관에 가면 그래서 그 하나하나의 작품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MMCA  국힙현대미술관에서  , photo by Eun Chun


보통과 다른 밀도의 공간에 들어서면 그 생경함에 우리의 감각은 깊이를 가지게 됩니다. 사물을 보는 인식 점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자신을 돌아보는 인식 점을 동시에 지닙니다. 자신을 만나고 싶은 순간에 미술관에 가면 좋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보통 미술관은 최소 6m x 6m 의 넓은 공간에 한, 두 점의 작품이 놓입니다.  아주 유명한 작품의 개관일이 아니라면 보통은 한산하다 못해 쾡한 공간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들은 아주 오랜 시간 작가의 사색과 고민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농밀한 집적체들입니다.  작품과 관객 그리고 희박한 공간 밀도에서의 마주침은 어떤 이들에게는 다소 팽팽한 긴장감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외성이 사람들에게 평상시와 다른 체험의 순간에 들게 합니다. 텅비워진 공간에서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똑똑 울리는 소리가 들려질 때 우리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됩니다. 감각의 촉수가 살아난 곳에서의 작품은 자신의 소리를 전달하기 쉬워집니다.

 

미메시스 미술관에서 photo by Eun Chun


현대미술의 작업들은 재현, 사실, 현상, 의미 등 다양한 방식을 다루고 표현됩니다. 작가의 의도를 관객이 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치유가 되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막혔던 창작의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현대는 디지털의 발달로 많은 작품을 컴퓨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보다. seeing'이라는 감각에 머뭅니다. 같은 작품을 3차원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우리의 감각의 지평은 넓어집니다. 공간의 밀도가 희박한 곳에서의 만남은 그 깊이가 깊어집니다. 우리의 뇌에 각인되는 기억의 정도가 달라지며 이 기억은 자신의 기억을 끌어내어 또 다른 차원의 기억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것이 공간이 가지는 가치이며  공간 밀도의 조정이 건축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예술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놓일 공간적 조건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메시스 뮤지엄에서  photo by EunChun


현대 도시에 있어 공간의 과밀화는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보통 도시에서 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공간은 고시원과 같은 아주 열악한 환경이 아니어도 주거에서 기본방이 3m x 3m를 넘기 어려우며 사무공간에서 1.8m x 1.8m 정도입니다. 이밖에 공공공간을 제외하면 개인에게 부여되는 공간은 매우 작고 한정된 공간입니다. 이곳은 기능상 필요한 가구며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이 높은 공간 밀도에서 사람들은 질식할 만틈 오랜 시간 지내야 합니다. 너른 공간, 밀도가 낮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지요.


사람들은 그래서 자연이 있는 공원을 찾고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지방으로 나서곤 합니다. 도심에 있어서 공원은 비워진 공간입니다. 아마도 비워진 공간이자 넓은 최전방에 남은 공간이 미술관이 아닌가 합니다. 실내화된 공원이랄까요. 좋은 작품이 자연이 되는 공원 말입니다.

미메시스뮤지엄에서 , photo by Eun Chun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삶의 여유가 없어 저 멀리 나갈 수 없을 때 미술관을 찾아가 보길 추천합니다.  그 고요함에, 그 생경한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자신의 존재가 선명히 살아남을 느낄 것 입니다.


#건축에세이 #일상의건축 #미술관

건축가 전성은 소속전아키텍츠
구독자 14
작가의 이전글 사람들은 ‘그래서’ ‘그곳에’ 가고 싶어한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