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기억
역시, 바쁠 때 가장 먼저 양보하는 것은 말씀이었습니다. 한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말씀 없이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말씀을 나누어야 할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읽고 나누기만 했을 뿐, 진정한 되새김질은 없었습니다. 말씀을 독서의 수준으로 읽으며, 성령의 도우심으로 파트너들과 나누었지만, 저에게 가장 중요한 되새김의 시간이 없었습니다.
말씀을 읽으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조용히 말씀을 새겨보는 시간 말입니다. 은혜로운 말씀을, 매일의 내 일상에 비추어 보고, 내가 고쳐야 할 점들을 찾고, 반성하며 회개하는 시간이 있어야 저는 좀 안심을 합니다. 뭔가 예수님 곁에 있는 듯한 안도의 순간이 없이 시간에 이끌리는 삶은 저를 늘 불안하게 만듭니다.
독서는 묵상이 아니다
말씀 묵상과 독서는 전혀 다릅니다. 독서란 ‘책이나 글을 읽는 행위’라고 네이버 나무위키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독서를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말씀을 읽으며 신앙적 교양을 넓히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저는 고집스럽게 ‘성경의 정보’를 얻는 독서가 아니라, ‘말씀의 행간’을 읽는 것을 고집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와 함께 말씀을 나누는 파트너들이 조금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읽고, 말씀 묵상을 통해 은혜를 나누었지만, 개인적인 새김질 없이 바쁘게 지낸 두세 달. 그동안 저는 불안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나이에 비례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았습니다. 어찌나 빨리 지나가버리던지요. 이런 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위로를 주십니다.
“이따금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기도와 성경 연구를 게을리함으로 하나님의 허락을 쉽게 기억할 수 없고 성경을 무기로 삼아 사탄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사들은 신령한 사물을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 주위에 둘러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큰 어려움을 당할 때 사람들에게 필요한 바로 그 진리를 기억나게 해 줄 것이다”(쟁투, 600).
아, 이보다 더 나를 잘 아실 수 없는 분, 바쁜 와중에 잠시 쉼을 주십니다. 이 놀라운 문장에 저는 별을 다섯 개나 넣었습니다. 너무나 부족한 저를 위해 존재하는 천사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새겨보았습니다. 바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지 말씀을 읽으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기억의 클라우드, 그리고 안심
제가 읽었던 말씀과, 나누었던 그 은혜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제 기억의 클라우드(Cloud)에 보관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클라우드(Cloud)란, “광대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접근할 수 있는 가상화된 서버와, 그 서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IT 환경을 의미”(삼성 클라우드 용어집)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아주 큰 보관창고와 같습니다. 아무리 쌓아도 가득 차지 않으며, 한번 넣어 둔 것은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는 기억의 창고.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말씀과 은혜를 그곳에 보관해 두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말씀을 기억하고 싶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열심히 말씀을 외웁니다. 왜? 필요한 순간에 그 말씀을 전하거나, 스스로 위로받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우기도 어렵고, 설령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하지만, 내 기억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둔 말씀은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필요한 바로 그 진리를 기억나게 해 주신다고 하시니, 다소 불안했던 마음이 안심이 됩니다.
우리가 읽고, 은혜받았던 말씀을 기억장치에 넣어 두었다가 그 말씀이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날 때, 다시 꺼내어 전해줄 수 있는 삶. 그것이 바로 제가 꿈꾸는 행복한 삶입니다.
환경이 여의치 않더라도, 매일 바쁘게 살더라도, 말씀만큼은 쉼 없이,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그 깨달음을 우리 기억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는 삶을 살아야죠.
때때로 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살짝 진지하지 않은 상태로 말씀을 묵상할 때가 있습니다.
“전에 읽었으니까, 또 생각나게 해 주시겠지.”
어쩌면 무모한 믿음으로, 또는 교만함으로, 준비 없이 나의 파트너에게 말씀을 전하려 하면, 영락없이, 횡설수설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 때나 이 말씀이 기억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절실한 순간이 찾아올 때, 말씀을 전하면서, 때때로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제가 어떤 상태인지,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 놀라움은 더 큽니다.
그 순간, 분명 천사가 저를 도와주고 계신 것이 아닐까요?
영혼의 클라우드를 가득 채우며
우리는 각자의 분량대로, 영혼의 클라우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비좁다면, 하나님께서 더 확장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클라우드에 열심히 말씀의 은혜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어느 날, 제가 평소와 달리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잘 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 순간은, 천사와 성령님께서 영혼의 클라우드를 마음껏 활용하도록 허락하신 순간일 것입니다.
자꾸 잊어버릴지라도, 말씀이 필요한 내일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영혼의 클라우드를 채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