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한 달의 경험
세월이 살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한국의 맞벌이 아줌마인 내가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다. 그동안 숱한 시간과 인연들이 스쳐갔고 자잘한 경험들이 나를 넘어갔다. 은퇴가 꿈을 접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새로 시작한 브런치 활동을 통해서 요즘 실감하는 중이다. 멋진 꿈을 꾸는 인생 선배들과 다양한 꿈을 가진 후배들의 이야기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교차되고 넘쳐난다.
나이를 먹었다고 은퇴가 내일모레라고 해서 꿈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간의 경험과 어쩌다 쌓인 노하우로 또 다른 꿈들이 이어진다. 그간의 맞벌이 경험을 다시 소환하여 넋두리를 시작하려니 "의쌰! 의쌰!"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씩씩한 대한민국의 아줌마, 꽃중년 대열에 합류하는 듯한 자부심도 생긴다.
지금은 비혼 주의도 많고 골드미스들도 많으나 내가 결혼을 한 29세의 나이는 그때만 해도 여자 나이 곧 올드미스로 진입하려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한 번도 안 해본 결혼을 그렇게 멋모르고 남들 피한다는 아홉수에 했다. 내 인생은 결혼 전 28년과 결혼 후 28년으로 나뉘고 있고 지금은 딱 절반에 있다. 이런 거 생각 없이 살았는데 브런치 덕에 나름 신박하게 인생 정리를 해본다.
결혼 후 맞벌이 주부가 되었을 때 육아와 살림을 시어머님이 거의 해주셨지만 그 나머지 반도 내게는 무척이나 버거웠었다. 나는 그저 출근만 하면서도 힘겨웠다. 많은 부분에서 느렸던 나는 서툰 사회 경험을 하다가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꿔서 겨우 그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는 중이었다. 늦깎이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 물정 모른 채로 1년 후 바로 결혼, 결혼 4개월 만에 첫아이 임신, 인생의 휘몰아치는 변화가 그간의 루틴을 깨트리고 연속되었다. 어찌어찌 잡았던 나의 첫 직장이 인생 직장이 되어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 후 줄곧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는 변화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살같이 빨리 갔다. 아이들이 입시를 치르게 되었고 지금은 취업에 성공해서 요즘 젊은이들의 로망이라는 독립도 했다. 이게 말이니까 쉽지 그동안 대한민국 아줌마로 녹록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는 나름의 엄살을 해보는 중이다.
매일 전쟁터와 같은 아침을 시작했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40분 남짓, 교통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한 시간도 걸리는 거리였다. 교통체증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득불 아침 일찍 출발을 했다. 그러자니 잠이 덜 깬 아이들 밥을 차 안에서 먹이며, 다하지 못한 화장을 마무리했다. 매일 아침의 한바탕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편 회사가 내 회사보다 조금 가까워서 남편이 운전대의 바통을 넘겨주면 그다음부터는 내 차례다. 아이들을 학교 교문 앞에 내려주고 내 직장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주로 남직원들이고 여직원은 몇이 안 되는 회사였다. 그래도 대체로 신사적이었지만 나이 든 꼰대 선배들 덕분에 마음고생 좀 한 회사생활이었다.
지금은 내가 겪어낸 선배들과 같아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늙어가는 중이다. 어쩌다가 한 번씩 나도 꼰대 같을 때 있겠지만 지나온 내 직장경험을 기억해 올리며 부끄러운 모습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우아한 모습을 하고 물밑으로는 정신없이 발을 젓는 시간들이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치면 회사를 하나 이끌고도 싶으나 나도 편한 게 좋아서 인생 직장이라 여기며 시간 죽이고 있다.
그러다가 브런치에 입문했다. 그동안 남의 글에 옷 입혀주는 일만 했다면 이제 직접 그 글을 내가 쓰고 싶어서 작가 지원했다가 낙방의 경험을 한번 했다. 낙방을 하고 잊고 살다가 1년 후에 다시 한번 두드려 보았다. 이번에는 계획도 나름 잘 세우고 글도 브런치의 성격에 맞게 다듬었다. 두 번째 도전을 했더니 브런치에서 문을 열어 주었다. 합격을 하고 보니 브런치 작가가 뭐라고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첫날 조회수에 뭔가 착오가 생긴 줄 알았다. 오후에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저녁에 내 글 조회수가 1,000을 넘어섰다. 의아하고 신기해서 조회수를 자꾸만 확인했다. 브런치 작가 한 달이 되었지만 여전히 조회수는 궁금하다. 다른 작가들의 브런치 입문 글을 찾아 읽어보고는 다들 그렇게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브런치의 마력은 그런 알고리즘에 있는 듯했다.
며칠 뒤 우리 집 귀염 댕댕이 초코의 글을 하나 올렸더니 이번에는 조회수가 더 장난이 아니었다. 한 시간이 지나이까 조회수가 2천, 두 시간이 지나니까 4천... 다음날이 되니 7천이다. 전체 글 조회수가 금세 1만을 넘어 2만이 되고, 세상에나... 내가 글을 잘 썼나 착각하게 만드는 브런치 알고리즘이었다.
처음에 조회수에 매료되어 며칠을 들뜬 시간을 보냈다. 밤낮으로 조회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그 무엇, 알고 보니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으로 다음 메인에 브런치 글이 검색되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었다. 제목과 키워드에 집중하니 조회수가 더 올라가는 거 같았고 브런치 플랫폼에서 또 다른 신규 작가 띠우기 프로젝트가 있는 듯싶은데 자세한 건 아직 모르겠다.
한 달이 되니 머릿속에서는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손은 조회수 통계를 자꾸만 검색하고 있어 여전히 머리와 손과의 대립각 유지 중이다. 처음에 올린 글 몇 개가 조회수 7천, 5천, 4천... 을 넘고 전체 글 조회수가 2만을 넘기는 초반 반응 기간이 지나고 나니 나의 브런치는 이제 휑~~ 하다. 2,3백대로 뚝 떨어지는 조회수, 그러다가 며칠 지나니 몇십 대로 떨어졌다. 나의 브런치 조회수는 아마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나 보다. 이제야 브런치 작가분들의 조회만이 진정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았고 조회수 거품이 빠지면서 나도 서서히 브런치 조회수의 마력에서 헤어나는 중이다.
그렇게 나의 브런치 한 달 경험을 마무리해 본다.
어쩌다 브런치에 입문을 했고
브런치의 새로운 경험으로 설레는 시간을 보냈고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꾼다. 아직 끝나지 않은 꽃중년의 꿈을...
이제 2개월 차로 접어든다. 이번 달에는 어떤 경험들이 펼쳐질지 사뭇 궁금한 브런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