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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Jun 13. 2017

코딩 교육 꼭 필요한가?

코딩배우는 아빠 -3-

4차 산업혁명, IT 트렌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사회 전반을 휩쓴지 오래됐다. 이 파도속에서 같이 쓸려가기보다 중심을 잡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때문에 올해 초 [It's IT 2017, IT 트렌드를 읽다]를 출간했다. 


그와 관련되어 다양한 강의를 해오면서 본질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었는데, 

최근 초/중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로 강의 의뢰가 들어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융합의 시대, 창의적 인재로 살아남기]


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기존 기업에 계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던 강의와 같으면서도 다른 내용이라, 잘 언급하지 않았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우리도 모르게 생긴 스마트한 변화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마지막 부분은 항상 고민이다. 그런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혹은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힌건 아닐까. 


전 세계적인 흐름은 S/W 교육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2018년 중/고등학교, 2019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강화될 예정에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2018년(내년이다.) '정보'란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34시간 이상 교육이 예정되어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이 일반선택과목으로 변경된다.(문/이과 구분도 없어진다.) 고로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동안 아이들은 '정보-소프트웨어-코딩' 교육을 배우게 된다.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들과 기사들을 죄다 읽어보고, 아이들이 배우는 코딩이 궁금해서 스크래치를 비롯 쉬운 코딩 공부들을 꾸준히 하다보니 


[코딩교육 = 논리 =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까지는 정리가 됐다. 

하지만 그 다음은 아직 모르겠다.


심지어 이 글을 쓰며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기사까지 발견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191919

(사기 혹은 천재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사교육은 강화될게 분명하다. 강의 후 부모님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우리 아이에게 지금부터라도 스마트폰을 줘야할까요?'

'스마트폰을 주면 하루종일 게임만 할 것 같은데 괜찮나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이들 특성마다 다 다르지 않나?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도 어느순간 자신의 길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고, 게임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과(이에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은 아마 앞으로도 100년 이상 더 갈 주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게 좋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코딩교육이 도입되면 그래도 좀 이런것들에 친숙해야하니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이미 [포켓몬 고]를 안해본 애들은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익숙해져 있다.


다시 정리해보자.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무엇이 되었든, 지금은 거센 혁명의 시대이자 변화가 강제되는 시대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산업경쟁력 자체가 약해졌고,(단순하게는 스마트폰 OS 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애플 아니면 안드로이드다. 향후 스마트홈, 스마트카 역시 양분화되면 어떻게 될까?) 고령화에 맞추어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고민은 지금 성인들은 자신들의 먹거리를 걱정함과 동시에 향후 10-20년 후 아이들의 먹거리=국가 경쟁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니 교육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를 가르쳐야하는건 확실해 보인다. 


이미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나고,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코딩교육(소프트웨어 교육이 맞는 말이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르자.)을 설계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건. 


초/중/고 교육이 결국은 [좋은 대학 = 좋은 회사]란 구시대의 관문을 통과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토익 듣기 문제를 앞의 두 단어만 듣고도 풀어낼 수 있는게 우리나라다. 처음에는 문제해결을 강조하지만 결국은 주입식과 암기식으로 빠른 답을 찾는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코딩 값을 한줄도 입력하지 않고 모조리 외워서 시험을 보는 일도 생기리라는걸 두려운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코딩 교육 꼭 필요한가? 이에 대한 답 역시 사실 모두가 모르는 상황이다. 생각해보라. 코딩 교육의 효과가 나는건 지금 아이들이 성장할 10-20년 후의 일이다. (물론 그 사이 한 두명의 천재들이 나타나면 '이것 봐라'면서 이슈화 되겠지만) 따라서 아래의 답들은 지금 상황에서의 나름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이다. 


필요한건 맞다.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줄 모르면 불편하듯, 생활에 필요한 코딩을 할 줄 모르는건 불편함과 수익 격차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모두가 코딩을 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코딩을 배우는 것과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일반 수학의 정석(수많은 수포자를 양성한...)]을 배웠지만 수학을 꼭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일자리가 있다. 코딩 역시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초적인 내용만 알면 되고 아이들은 '코드 값'을 입력하는게 아니라, 이미 입력되어져 있어 명령만 내리면 되는 세상을 살게 되리라 예측한다. 컬러 프린터를 만들줄 몰라도 조작할줄 알듯, 3D 프린터 역시 복잡한 3D 스캔이나 3D 캐드 등의 프로그램의 복잡한 부분은 뒷면으로 숨어, 아주 쉽게 조작만 하면 되게 바뀔 것이다. 


빅히어로에서 나온 3D Printer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나는 요새 [기초 체력]을 강조하고 있다. 오래전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승리로 이끈 비결이 '기술'이 아닌 '기초체력'이 먼저였듯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여기서의 기초체력은 우리가 이미 배워웠던 [읽기] [쓰기] [말하기]에 [생각하기-상상하기]를 더한 4가지다. 따라서 단순히 소프트웨어 교육을 교과목으로 추가하는게 아니라, 전반적인 교과과정에 각각의 내용이 녹아들어가야 한다. 


스킬이 중요한게 아니라 왜 필요한지를 알고 필요한 스킬을 스스로 찾거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다음의 5가지의 흐름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1.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 

 - 어떤 일이 벌어졌을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힘이다. 


2. 자신이 쓸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

 - 지식뿐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에게 부족한 것들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3. 문제 해결방법

 -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대입한다. 코딩을 해서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 될 수도 있고, 3D Printer 를 활용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3을 위해서는 2가 필요하며, 열린 상상력이 필요하다. 


4. 무한 시행착오

 - 누구보다도 더 빠르게 답을 찾는게 아니라, 모두가 답을 찾는 것. 각자 다른 방법으로 다른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시행착오가 장려되며, 교육은 가르치는 것에서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5. 실제 결과물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부분이다. 프로그램이 되었든, 실제 존재하는 형태가 되었든 눈 앞의 결과물을 보는건 성취감을 준다. 



이를 위해 초등학생들에게는 '코딩을 빙자한 문제해결 게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https://lightbot.com/

무료 게임 어플도 있다.


이런 게임을 통해 배우는 것을 나는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디지털 문해력]이라 부른다. 디지털 세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단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부모들이 함께 동참해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게임의 경우 직접 다운 받아서 모든 문제를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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