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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Apr 14. 2018

5. 목차잡기-목차가 반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가장 깊게 파야 한다. 깊게 판 후에 철골이 올라가고, 콘크리트가 부어진 후 전선을 비롯해 세부적인 것들이 하나하나 채워져  건물이 완성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이 되기 위해서는 무작정 글을 쓰기 전에 먼저 깊은 고민으로 생각을 파야한다. 그 생각의 구덩이 위에  튼튼하고 짜임새 있는 목차를 설계한다. 그래야 끝까지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다.  

 책 쓰는 토요일 4주 차. 우리는 목차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참 힘들다.  고백컨데 나 역시 학창 시절 글을 쓰는 걸 좋아했지 개요와 목차를 잡는 건 끔찍이도 싫었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글이 아닌 책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반드시 목차가 필요하다. 


 첫째, 체계화다. 

 3주 동안 책 쓰는 토요일을 읽으며 실제로 같이 해본 독자라면, 지금쯤 머릿속이 꽤 복잡해져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 읽어야 할 책들의 리스트, 경험했던 것들을 적어놓은 자료들... 이것들을 언제 다 글로 써낼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몇 년 전 대학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책 쓰기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한 교수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경영학 책을 출간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양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다. 이미 출간을 했는데 4권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알고 계신 지식의 수준도 깊고, 경험도 많다 보니, 그걸 다 책으로 써써 결국 4권이나 출판한 상태였다. 출판은 대학교 자체 출판사에서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네임밸류 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름 있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싶어 하셨다. 

 부모님들 세대는 흔히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책으로 쓰면 그게 몇 권이 나올지 모르겠다.' 맞다. 몇 권이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긴 책을 누가 읽을지도 모르겠다. 목차를 체계화라고 하는 이유는 체계화의 다른 말은 '버리기'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게 너무나 많더라도,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치도록 많더라도 쓰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버릴 건 버리고, 가져갈 건 가져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에피소드와 자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건 잘 모아 두자. 평생 한 권의 책만 써야 하는 이유는 없다. 다음번 책에 그 내용을 실으면 된다. 

  

 둘째, 지치지 않게 해준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자동차를 운전하는 건 낭만은 있지만 힘든 일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가는 길은 길도 제대로 뚫려있지 않아 가다가 차를 길가에 대고 자고, 또 다음날 출발해 가야 했다. 이때 긴 거리보다 사람들을 더 스트레스받게 만들었던 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얼마나 더 가야 이 길이 끝인지를 정확히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은 너무나 친절하게도 우리들의 현 위치, 지금부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목차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부분이 전체 책의 내용 중 어디를 쓰고 있는 건지. 얼마나 더 써야지만 끝이 나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게다가 목차는 한번 정하고 나면 꼭 그대로만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책을 쓰다가 더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추가하고, 덜어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빼면 된다. 


 셋째, 중복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해준다. 

 글과 다르게 책은 양이 많다. 그렇기에 잘못하다가는 앞에서 했던 말을 뒤에서 다시 하게 될 수 있다. 목차는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의 구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걸 방지해줄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목차. 어떻게 짜야할까.

우선 알아야 하는 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목차'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편집자분들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전체 목차를 뒤흔들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목차는 초고를 위한 목차라 생각하고 가볍게 짜 보자. 


1. 키워드로 적는다. 

 종이를 꺼내자. 포스트잇이 주변에 많다면 포스트잇을 써도 좋다. (나의 경우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을 천천히 읽어가며, '아 이건 책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야'하는 것들을 <키워드>로 적어보자. 예를 들어 '지금 결심하고, 바로 시작하라'는 옛 교훈이 기억났다. 그렇다면 '결심=시작, 교훈'으로 간결하게 적는다. 만약 '주 52시간 근무 앞둔 IT 업계'라는 신문 기사를 수집해놨다면 전체 기사를 읽으며 '주 52시간 근무 각 산업별 대응방안'이라는 키워드를 적는다. 3주 차-'글감 수집'방법에서 이야기한(다시 읽어보자!) <내가 가진 경험> 중에서 들어갈만한 내용을,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 좋은 구절을, 신문을 읽으면서 압축한 내용을 간결한 키워드로 적어두자. 

 이쯤 되면 종이에 썼을 경우 점점 더 큰 종이가 필요해진다. 포스트잇에 키워드를 적었다면 더 많은 포스트잇이 필요해지리라. 마인드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점점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지들이 늘어간다. 

 그래도 괜찮다 더 많이 적자.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머릿속으로만 남아있다면 정리될 수 없다. 


2. 그룹핑한다. 

 꺼낼 때까지 다 꺼냈다면 이제는 그룹을 지어야 할 때다. 조금 더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으로는 <MECE> 방식이 있다.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어로 요약하자면 그룹핑을 할 때는 '서로 중복된 것 없이' '누락된 것 없이' 함을 의미한다. 어렵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일단 비슷한 것끼리 모으자!' 

 포스트잇에 써놓은 키워드들을 비슷한 것끼리 모아 놓는다. 예를 들어 [결심=시작, 교훈]과 [개인의 시간]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이 둘을 같은 쪽에 모아놓자. 종이 위에 썼다면 다른 색깔 펜으로 동그라미를 쳐서 연결 지으면 된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키워드를 하나 생각해서 적어보자. 


3. 시작 / 중간 / 끝으로 정리

마지막으로 [시작 / 중간 / 끝]이라고 적은 후 위에서 적은 키워드들을 옮기자.  '맞다. 이 내용은 책 처음에 넣으면 되겠구나.' '그래 이건 내가 정말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야. 이건 마지막에 넣는 게 좋겠어.' '내가 여행을 처음 갔던 이유는 머리말에 넣어야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들을 '배치'하자.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배치하는 가운데 떠오르는 생각이다. '아 이걸 더 넣어야 하겠구나.' '근거가 부족하구나' 


이렇게 목차를 만들어놓으면 이제는 쓰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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