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좋은 토요일.
6. 이제는 쓰자.
5주간. 책을 쓰기 위해 달려온 시간. 책을 쓰겠다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목차까지 작성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그중 하나다. 지금까지 수고스러운 일들을 끝냈기 때문에 잠시 쉬어도 된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쓰자.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키보드를 앞으로 끌어당기자. 의자에 앉아 허리를 꽃꽂이 세우자. 뭉친 어깨 근육을 풀어주고, 가볍게 목 운동을 해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아차. 따뜻한 차 한잔이 필요하다. 커피도 좋고, 물도 좋다. 마지막으로 열 손가락의 근육을 풀어주자. 준비가 끝났다면 시작하자. 당신의 전장은 ‘모니터’이며, 당신의 무기는 ‘키보드’다.
...
문제가 있다. 생각만큼 잘 써지질 않는다. 쓰기만 하면 되는데 이 단계에서 많은 예비 작가들이 좌절하고 포기한다. 왜일까?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너무 잘 쓰려고 한다.
막상 책을 쓰려고 하니 써지질 않는다. 그동안 다른 작가들의 책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라 생각했는데,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야 많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너무 잘 쓰려고 해서'다. 당신이 평소 글을 쓰는 걸 주업으로 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못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멋진 문장, 화려한 수식어, 가슴 저린 문장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미사여구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써라. 예전 슈퍼스타 K에서 박진영 씨가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을 했듯 당신의 책 역시 평소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던 그대로, 그 말투 그대로 자연스럽게 써라. 수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투박하더라도 당신의 말이 그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써라.
둘째, 너무 바빠서 책을 쓸 시간이 없다.
맞다.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다. 삶은 해가 갈수록 짧아지고, 할 일은 늘어만 간다. 이러다 보니 잠깐 자리에 앉아 책을 쓸 시간이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무섭지 않은가. 이 말은 올해에도 바빴고, 내년에도 바쁠게 틀림없기 때문에 당신은 올해에도 내년에도 책을 쓸 시간이 없다는 말과 같다.
가끔은 은퇴 후, 일단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책을 쓰겠다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장담하건대 한번 바쁜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충분한 여유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또 바빠진다. 더군다나 수익이 되는 일을 찾고 있는 공백 기간에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책을 쓸 생각과 시간은 더 못 내게 된다.
자. 그러니 당신이 깨야하는 건 ‘완벽한 시간이 있어야 책을 쓴다’는 공식이다. 완벽한 시간과 장소와 때란 없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이 있는가? 간절한가?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럼 이 글을 읽는 시간도 아깝다. 치워버리고 지금부터 워드의 새 창을 열고 첫 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라. 말로는 간절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낼 시간은 없다고 하면 당신이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완벽한 시간이란 없다. 완벽한 장소란 없다. 멋진 책상에 앉아 기분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 있게 글 쓰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다면 그 생각은 던져버려라. 책을 쓰기 위해 멋진 호텔방에 앉아서 몇 날 며칠을 몰두해 쓰겠다는 생각도 접어버려라. 당신이 써야 하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다. 완벽한 한 때를 위해서 기다리지 마라.
두 달. 적어도 한 달 안에 초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 그런데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상대적인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출퇴근 시간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책을 쓸 수 없을까? 있다.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꺼낼 시간이 없다면 스마트폰을 꺼내서 메모장에 기록하라. 관심 없는 남들의 일상사를 기웃거리거나, 자극적이기만 한 연예계 기사를 탐닉하는 시간에 당신이 정말로 원하다면 책을 써라. 멀미가 난다고?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멀미 없이도 얼마든지 SNS와 영화를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책을 읽거나 쓰면 멀미가 난다고? 그렇다면 계속 지금처럼 '이따금씩' 써 내려가라. '언젠가' 서점에서 당신의 책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정말?)
물론 이렇게 자투리 시간에 쓰는 글은 깊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중에 고치면 된다. 앞의 ‘계획 세우기’에서도 이야기했듯 뒤돌아보지 말고 써나 가라. 전하고 싶은 당신의 이야기를 믿고, 착실하게 전진만 하라.
셋째 분량이 너무 많다.
보통 단행본 한 권의 페이지수는 240-250이다. 1페이지를 쓰는 것도 힘든데 240페이지를 언제 다 쓴단 말인가. 걱정하지 말길. 삶에서 크고 복잡한. 해결해야 하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면 항상 이 방법을 사용해보자. <나눗셈> 삶은 더하기가 아니라 나누기다. 240페이지는 A4 용지 기준의 240 페이지가 아니다. 절반으로 나누면 된다. 물론 출간되는 책의 판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절반으로 나누는 게 제일 쉽고 간단하다. 240페이지를 절반으로 나누면? 120 페이지다.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
만약 정말 바쁜 하루하루지만 하루에 3페이지씩 꼬박꼬박 쓰겠다 결심해보자. 120 / 3 은? 40 즉 40일이다. 책을 쓰겠다 마음만 먹고 흐른 시간만 벌써 1-2년일 텐데 부담이 확 줄었다. 40일. 불과 한 달을 조금 넘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 3페이지? 너무 많다. 1페이지로 줄여보자. 그래도 120일. 4 달이다. 놀랍지 않은가? 생각보다 당신의 책을 쓰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은 더 적다. 대신 결심해야 할 게 있다. 앞으로 2-3달은 하루도 빼지 않고 꼬박꼬박 쓰겠다는 결심이다.
너무 바빠서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괜찮다. 쓰다 보니까. 내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몰라서 막힐 때가 있다. 괜찮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붉은 글씨로 ‘쓰다가 막혔음’이라고 써 놓은 후 다음 챕터로 넘어가라. 앞에서 목차를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오늘 글을 써야 하는 건 240페이지라는 두꺼운 분량의 책이 아니라, 1.5-3페이지로 끝나는 ‘소주제’ 하나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라.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마라. 맞춤법은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오로지 한 자 한 자. 검은 글씨로 여백을 채우는 데에만 집중하라. 하루를 밀리면 한주가 밀리고, 한주를 쓰지 않게 되면 한 달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내년 이때쯤이면 다시 돌아와 이 글을 보며 ‘아. 책을 써야 하는데’라고 한숨짓게 되리라.
지금 결심하고 바로 시작하라.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론이다. 굳이 이렇게 해야 한다. 뒤로 미루지 말자. 이제는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