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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Apr 28. 2018

시작은 머리말부터

#책쓰기 좋은 토요일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 모든 책도 시작과 끝이 있다. 오늘은 그 시작에서도 시작. ‘머리말’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당신은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당장 떠오르는 책 한 두 권은 누구나 있을게 분명하다. 책을 떠올리면 책의 메시지와 중심 되는 내용들이 생각난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면 한 구절이 생각날 수도 있다. 그런데 머리말은 기억나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게 분명하다. 머리말은. 쉽게 잊히고, 심지어는 아예 읽지도 않는 독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잊히기 쉬운 머리말을 작가들은 왜 쓰는 걸까? 세상에 많은 작가들의 숫자만큼 그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내가 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은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가장 솔직한 편지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준비한 이야기에, 독자들을 초대하는 편지가 바로 머리말이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편지를 써야 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한 장을 넘겨 머리말을 읽는다는 건 당신의 책에 대해 일단 마음이 열려있다고 봐도 좋다. 그러니 최대한 편하게 머리말을 써보자.  


 그런데 언제 써야 할까? 이건 작가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들은 모든 집필이 끝난 후에 그 충족감과 허탈함으로 쓴다. 어떤 일들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처음에 쓴다. 그래서 먼저 쓰거나 나중에 쓰거나 관계없다. 다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먼저 썼으면 한다. 머리말을 먼저 쓰고, 책을 다 쓰고 난 다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고 고치면 된다. 시작할 때 썼던 머리말과 마무리 지었을 때의 머리말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보자.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고, 시간을 쪼개 자료를 수집했왔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치열했던 시간들이 모여 이제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걸고 이 자리에 있다. 그 순간을 기록해두자. 그리고 다시금 생각해보자.  


 ‘왜?’  왜 당신은 책을 쓰려고 하는가. 당신 자신을 위해서인가? 지적 만족을 위해서? 평생의 소망이라서? 아니면 이를 통해 성공의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인가? 뭐든 좋다. 당신만의 이유를 생각해보자. 책 쓰기 수업 중 춘천에서 올라온 한 남자분은 이렇게 답하셨다. ‘아들을 위해’ 멋지지 않은가.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아들을 위해, 신체에 약간 문제가 있던 아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아빠가 쓰는 책. 이것만큼 멋진 동기부여는 본 적이 없다. 작가 앤 라모트는 (Anne Lamott) 그녀의 책 『글쓰기 수업(웅진윙스, 2007)』에서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친구에게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 선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의 죽음까지도 책으로 팔기 위해 쓴 건 아닐까? 친구의 반응은 달랐다.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감동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위해 작가는 미친 듯이 책을 쓰고, 또 쓰고 고치며, 계약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출간할 수 있었다. 친구는 눈물 흘리며 자신은 없더라도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는 남게 해줘서 고맙다 했다.  

 나를 위해서는 어떨까?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의 위지안 작가는 인생의 정점에서 막장 드라마처럼 ‘암’ 선고를 받았다.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 친구의 권유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블로그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결국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의 책에 남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와 같은 글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감동을 전하고 있다.  


 왜 책을 쓰려고 하는지가 정리되었다면 이제 머리말을 시작해보자.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 다음의 네 가지면 된다.  


1. 자신과의 다짐 

 남들 다 자는 야밤에 깨어서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이유. 어떤 이유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당신의 다짐은 머리말에 담자. 이 다짐이 있기 때문에 앞에서는 쓰고 있는 원고를 절대로 다시 읽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머리말만큼은 다시 읽어도 된다.  

 매일매일 책을 써 나가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너무 바쁘다 보면 넘어갈 수도 있고, 그렇게 하루를 넘기면 일주일. 한 달 동안 책을 쓰지 않는 건 금방이다. 이때 머리말은 당신을 위한 등대가 되어줄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머리말을 읽자. 어떤 이유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어떤 다짐을 했는지 읽어보자.  


2. 누구를 위해서 

 아직 쓰이지 않은 당신의 책을 기다리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누구인가. 누가 당신 책의 독자가 되었으면 하는가. 물론 전 국민 모두가 당신의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래서야 이도 저도 아닌 책이 나오기 쉽다. 단 한 사람을 생각해보자. 나이는? 성별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어떤 상태에 있는 사람인가. 당신보다 10년은 어린 사람들을 위해서, 아니면 동갑내기 분들을 위해서 당신의 가진 경험을 전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당신의 책. 빨리 싶지 않은가?  


3.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머리말은 작가가 생각하는 방식을 담기 좋다.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물론 책들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멋진 영화에는 항상 예고편이 있듯 한 두줄이라도 당신의 책의 예고편을 담아보자. 매력적인 내용을 써보자.  


4. 어떻게 읽으면 좋은가.  

이 책은 어떤 식으로 읽으면 좋을지 적는다. 처음부터 주욱 읽어가면 좋은지.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뜨거운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김동률의 Jump를 틀어놓고 읽기를 권한다’라던지. 당신이 책을 썼던 분위기 그대로를 전해 보는 건 어떨까. 혹은 차례에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좋다고 적어보는 건 어떤가. 

이런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잘 들어가 있는 머리말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나에겐 데일 카네기의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Pocket Books, 1985)』이다. 이 책의 머리말은 아예 “이 책은 어떻게 그리 고 왜 써졌는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35년 전 나는 뉴욕에 사는 가장 불운한 젊은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읽는 순간 빨려 들어가게 된다. 어떻게 그는 성공하게 된 걸까? 그런 그가 어떻게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걸까? 하지만 더 강렬한 건 마지막 문장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고른 것은 이 책이 어떻게 써졌나를 알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여러분은 실천을 원하고 있다. 그러 니 이제 시작해보자. 우선 이 책을 처음부터 47page까지 읽어 보기 바란다. 그때가 되어서도 걱정을 없애고 삶을 즐길 새로운 힘과 영감을 얻지 못한다면, 이 책을 쓰레기통에 처 박아도 좋다. 그 사람에게 이 책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이 책은 대단하다. 작가의 자부심이 들어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설득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장담하 건단 데 당신이 이 책을 일부라도 읽는다면 당신은 관찰하는 삶에서 실천하는 삶으로 바뀌게 될 거라 데일 카네기는 말하고 있다. 어떤가? 이런 머리말을 쓰고 싶지 않은가? 그래서 머리말을 잘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지금 집 책장에 꽂아 놓은 당신이 좋아하는 책들의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는 일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쓰는 토요일’ 머리말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써놨다.  

때론 이 여행이 고독할 수도 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하얀 종이 위에 끊임없이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을 하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순간순간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원하는 건지를 알 수 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상할 수 있지만, 그 상상이 당신을 정상으로 데려가 주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책을 쓰는 여행 역시 자신의 손으로 걸어보지 않는다면 절대로 알 수 없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 길 역시 혼자 가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혼자 걸어가는 당신의 곁에서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좀 더 험난한 길을 걷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마 음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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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도 읽었다 하면 눈물을 자아내는 작가도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의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 나는 당신을 ‘책 쓰는 토요일’에 초대한다. 입장권은 당신의 솔직한 ‘머리말’이면 충분하다.  

준비되었는가?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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