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는 토요일
첫문장을 쉽게 시작하는 3가지 방법
지난 시간에 우리는 '머리말' 쓰는 연습을 했다. 이제 독자는 다음 페이지를 넘겨 책의 '본래 이야기'로 들어가게 된다. 자. 우리는 독자에게 어떤 말을 건내야 할까.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머리말만큼이나 책의 첫 시작인 '첫문장'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첫문장만 풀어내면 다음은 문제없을 것 같은데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심한 경우에는 하얀 바탕의 모니터 화면만 들여다보다가,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 결국 시작도 못하는 때도 있다.
이런 우리들을 위해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거장이란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가. '스티븐 킹'은 이런 글을 썼다.
“나는 훌륭한 첫 문장에 곧잘 반해버리기 때문에 자그마한 공책에 그런 문장들을 수집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우표나 동전을 수집하는 것처럼. 그런데 『시인』의 첫 문장은 그중에서도 최고이다. ’ 나는 죽음 담당이다.’ 잭 매커보이가 쓴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우리는 홀딱 반해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이 문장은 공연히 분위기만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전달해준다. 어둡고, 음침하고, 무섭기 짝이 없는 분위기. 이 문장은 또한 코넬리가 이전에 썼던 네 편의 작품과 『시인』 사이의 거리를 단번에 벌려 놓는 역할을 한다......”
『시인(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추천사 중에서』 -
위의 글은 [시인]이란 소설에 스티븐 킹이 쓴 '서문'이다.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국내에서는 <링컨 차를 탄 변호사> 영화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의 책들은 다 엄청 두껍고 재미있다. 그래서 위의 글에서의 '나'는 스티븐 킹을 말한다. 그는 작은 공책들에 '첫 문장'을 수집한다. [시인]의 첫문장은 '나는 죽음 담당이다.'로 시작된다. 죽음 담당이다.... 그 다음 어떤 글이 이어지더라도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는걸 알려준다.
첫문장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준다.'
대가 스티븐 킹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첫문장을 수집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나 역시 위의 글을 읽고 벌써 5년 이상 좋은 첫문장들을 수집하고 있다. 첫문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이렇게 시작하는 첫 문장이 있다.
‘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이 문장만 보자면 독자들은 다음에 이어지는 글들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모범생이 쓴 딱딱한 글은 아니겠구나.' '그렇다면 어떤 기발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렇게 한 걸음씩 독자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는 게 첫문장이다. 이 첫문장의 쓰인 책은 『주진우의 정통 시사 활극, 주기자(푸른숲, 2012)』 이다. 〈시사 in〉의 기자로서, 각종 의혹 어린 사건에 대해 목숨 걸고 취재를 하는 그이기에 첫 문장은 그의 삶을 압축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 세계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을까?”
이 첫문장 다음에는 어떤 글이 이어질까? "제대로 가르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다음에는 당연히 '아니다'라는 말이 오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러니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 '이게 리얼 월드다'라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이 첫문장은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 2000)』에 나오는 글이다.
독자로서의 책 읽기가 아닌 이제 예비 저자로서의 책 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여러분들도 멋진 첫문장을 만난다면 적어두자. 그전에 당신의 책을 써야 하는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꽂혀있는 책들을 보며, 좋아하는 책들을 몇 권 골라 첫문장을 펼쳐보자. 어떻게 시작을 했었는지. 다른 작가들이 고민을 하며 시작한 문장들을 읽고, 당신의 안에서도 멋진 첫문장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써라.
그래도 어렵다면 다음의 세 가지 방법으로 시작해보자.
첫째, 인용으로 시작한다.
“데이브 멈춰요 멈추라고요. 멈춰요. 데이브 멈추라고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이 기괴하면서도 가슴 아픈 명장면에서 슈퍼컴퓨터 할은 단호한 태도의 우주인 데이브 보우먼에게 애원한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니콜라스 카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첫 문장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화 대사를 인용했기에 독자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당신이 보았던 영화, 드라마 중 기억나는 대사가 있다면 그 대사를 인용하자. 노래 가사는 어떤가? 당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모여서 지금 책을 써나가는데 도움이 되어왔다. 그러니 그 구절을 찾아서 인용해보자.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다르다.(매트릭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햄릿)' '그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야(대부)' '토토 우리는 더 이상 캔자스에 있는 것 같지 않아(오즈의 마법사)' 이외에도 많다.
둘째,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떤 동기 때문에 높은 지위를 구하려고 달려드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일반적인 가정이 있는데, 그 가운데도 돈, 명성, 영향력에 대한 갈망이 주로 손에 꼽힌다. - 불안, 알랭 드 보통
불안할 때마다 꺼내 읽고 있는 책 [불안]의 첫 문장이다. 나 역시 가장 흔하게 쓰는 방법 중에 하나로,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하는 첫문장이다. 이렇게 시작했을 경우에 장점이 많다. 질문을 던지면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혹은 작가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설을 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좀 더 편안하게 작가의 생각이 전개되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이 방법은 작가에게도 좋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하나씩 풀어나가면 되기에 글은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된다. 알랭 드 보통 역시 '돈' '명성' '영향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다음 글들은 이에 대해 하나씩 풀어나가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상대의 신체부위는 어디일까?
- 몸짓 읽어주는 여자, 이상은, 천그루숲
행동 분석 전문가 이상은 저자의 책 '몸짓 읽어주는 여자'의 첫문장 역시 질문으로 시작한다. '가장 먼저 보는 상대의 신체부위는?' 이 질문에 대해 독자는 답을 하게 되고, 저자는 하나씩 해설을 하게 된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질문'을 던져보자.
http://www.yes24.com/24/Goods/60561836?Acode=101
셋째, 경험에서 시작한다.
"아차 늦었다."
알람을 세 개나 맞추고 잤는데도 못 들었다.
- 워라밸의 시대! 하루 3분 시간관리, 천그루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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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 구대회의 인생 커피, 황소걸음
자신에게 있었던 경험. 들었던 이야기에서 시작해보자. '이거밖에 안돼?' '이걸 글이라고 썼어?' '어차피 넌 안돼!.' '정말 잘했다.' '우승은 김 **' 무엇이든 좋다. 당신이 책을 쓴 이유는 책을 쓸 만큼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 책을 쓰고 있다면,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이 건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인생의 멘토에게서 한마디 들었던 게 있다면 그 이야기를 적는 걸로 시작해보자. 시합에 참가해 정신없이 뛰었다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진 순간 받았던 감격이 있다면 바로 시점을 글로 묶어 시작해보라. 이야기가 솔직할수록 사람들은 감동하게 된다.
경험했던 한 시점을 담담히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 구대회 저자의 책 '인생 커피'의 시작은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일어난 일이다'로 시작된다.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글에서 우리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거지? 종종 일어났다고? 다음 문장을 조금 더 보자.
40대 후반의 중년 남성이 메뉴판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주문한다. 잠시 후 음료를 받아 든 손님은 순간 동공이 흔들리면서 "이게 뭐죠?"라고 묻는다.
더 궁금해지기에 다음 글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시작해보자. 담담히 자신의 일상을 묘사하는 걸로.
당신의 책,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문장.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