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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임복 May 19. 2018

원고 투고, 그 이후의 일들

원고 투고, 그 이후의 일들


벌써 마지막 시간이다. 10주라는 연재 시간이 꽤 길다 생각했는데, 이제 이야기를 끝날 시간이 됐다. 지난 시간 우리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투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혹시 지난 일주일간 투고를 해봤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을게 확실하다. 아무리 평소에 글을 잘 쓰더라도 메일과 게시판으로 나에 대해서, 내 책에 대해서 설명하는 일은 참 쉽지 않다. 자. 그래도 용기를 내서 투고를 했다면 이제. 남은 건


...


'거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를 익혀야 할 시간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건 '인내'와 '믿음'이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 투고를 하자마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계약되기도 한다. 쉽지 않다.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될까?

  출판사에 투고를 한 날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과연 연락이 올까. 전화가 올까? 아니면 메일로 회신이 올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게시판에 들어가 담당자가 읽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기다리다 보면 이런 메일을 받게 된다.



'출간 문의'에 대한 회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면


혹은

 이렇게 메일이 온다. 그러니 크게 설렐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오는 메일이 소중한 건 회신을 보내주는 출판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회신이 오지 않는다.

 위 메일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건 기간이다. 1-2주. 왜 2주나 걸릴까? 출간 회의 때 담당자는 우리가 보낸 기획서가 마음에 들었다면 어떤 책인지, 작가는 누구인지, 경쟁서는 어떤 책인지를 다시 정리해서 가지고 들어간다. 잘된 출판 기획서는 담당자가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 그래서 출간 기획서는 읽기 쉽게 잘 써서 보내야 한다. 만약 이번 주에 여러분의 원고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면 다음 주에 다시 회의 시간에 가지고 들어가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한 출판사에 보낸 후 1-2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2주 후에는 어떤 메일이 올까?


위와 같은 메일이 온다. 상처받지 말자.

어라? 그런데 익숙한 표현들이다. 그 언젠가 내보았을 '입사 지원서'와 흡사하다. 대기업일수록 시스템에서 보편적인 답변을 해주지 않았던가? 마찬가지다. 큰 출판사의 경우 이런 식으로 메일이 오며 작은 출판사들의 경우에는 담당자가 직접 짧게라도 회신을 주거나 아니면 주지 않는다. 둘 다 크게 상관없다. 출간 계약과 연결되는 회신은 메일로 오지 않는다. 그러니 상처받지 말고. 메일이 왔다면 기쁜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원고를 써 나가면서, 출간 기획서를 보완해 다른 출판사에 투고하자.


 출판사에서 메일로 회신이 오는 경우는 다음 3가지 중 하나다.


1. 완곡한 거절

2. 궁금한 내용의 확인 : 저자가 누구인지 더 자세하기 알고 싶다 등

3. 샘플원고의 요청 - 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혹은 출간 기획서에 관련된 내용을 출판하기 충분한지가 궁금해서

(이건 지금까지 내가 계약을 진행하며, 혹은 강의를 수강하셨던 분들이 얻었던 결과다. 혹시라도 메일로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그럴 수도 있다.)


 출간과 관련된 좀 더 확실한 문의는 '전화'로 온다. 그러니 모르는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다면 이제 끊지 말고 일단 받자. 출판사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대개 다음 '미팅'을 잡기 위함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건데 이때가 되면 스리슬쩍 미소를 지어도 좋다.

'올게 왔구나.'


  출판사가 시간을 내서 작가와 만나겠다는 건 95%의 확률로 계약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만나는 자리에서 솔직하고 좋은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떨지는 말자. 당신은 면접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러 나가는 것뿐이다.


 출판사와의 만남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며. 왜 만나려고 할까?

 출판사는 당신에 대해서 직접 보고 '확신'을 얻기 위해 만난다. 사기꾼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면 된다. 둘째, 출간 날짜를 협의하기 위함이다. 대략적으로 원고가 진행된 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언제쯤 출간하면 될지를 구두로 논한다.  셋째, 인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이 '인세'인데, 기대만큼은 높지 않다. 일단 여기에서는 인세는 너무 낮게 받지 말자(철저히 작가 입장에서)로 정리해두자. 넷째, 계약일자의 확인이다. 만나는 자리에서 당장 계약서를 준비해서 사인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의 경우 계약서를 메일로 보내주고 검토 후 서로 날인해 나눠가지게 된다. 이때 계약서의 내용은 꼼꼼히 읽어보는 게 좋다. 대부분의 정직한 출판사들은 그럴리야 없겠지만, 저작권의 기간이나 범위 등에 관해서 애매하게 쓰여있는 경우가 많으니 충분히 읽어보고 확인할 것은 확인한 후 사인하는 게 좋다.

 다섯 번째, 담당 편집자 분과의 인사 자리다. 당신의 파트너가 되어줄 편집자를 소개받는 자리이니, 잘 기억해두고 모든 궁금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이렇게 해서 며칠 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초고를 마무리해 출판사에 전하면 출간 프로세스가 후반부로 진행되게 된다. 이제 남은 건 쓰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책은 솔직한 우리의 이야기다. 인생의 한 자락을 베어 글로 만들어 종이 위에 새기는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데 솔직해지자. 정말로 책을 쓰고 싶다면 이제는 변명하지 말자. 그냥 지금부터 자리에 앉아서 쓰자. 짧은 시간에 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강의를 기웃거리지도 말자. 그렇게 제 2, 제3의 누군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제발 버리자. 지금 그대로 당신 그대로, 당신의 책으로 당신을 말하라.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책 쓰기와 관련해 개별적인 질문을 주시는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글에 대한 댓글로 문의하시거나. 책 쓰기와 관련된 페이스북 그룹 ‘책 쓰는 토요일’이 있어 그쪽에 질문 남겨 주시면 답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답 드리겠습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wewriter/


책 쓰는 토요일 개인 브런치에서도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i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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