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난 월 300만 원 버는 전업주부라고!

키워드 첫 번째 - ‘전업주부’

by 지혜

머리로만 이해하며 말하는 '육아의 가치'에 대해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는 세상의 위로를, 일정시간이 지나 반짝반짝 잘 성장해 온 아이를 본다면 마음으로 느끼게 될 날이 올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기약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가치는 인정 못 받을 확률이 크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도 그럴 것이므로, 그래서 준비했다. 우리 전업주부들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근거를. 보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법이니, 전업주부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직장인들처럼 월급으로 환산해 보았다.


1. 전업주부 근로시간 산정 먼저!


올해(2025.01.01)부터 최저시급은 1만 원 대로 진입한다. 10,030원 시급 기준으로 월급을 산정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근로시간 먼저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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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반 직장인의 경우 주 5일 8시간 총 40시간 근무한다. 월평균 주는 대략 4.345주이므로 이것으로 총 근로시간을 계산한다면 209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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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근로시간은 일반 직장인의 경우 주 5일이지만 전업주부는 연중무휴, 쉬는 시간 거의 없는 주부인지라 주 7일로 근로시간을 계산했다. 아이가 어리든 크든, 깨어있든 자고 있든 주부는 밤낮으로 할 일이 많다. 요리, 청소, 빨래, 육아 이 모든 걸 해내야 하니까. 아이를 재우고 대략 2시간 정도 집안 정리 후 잠이 드니 평균적으로 2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넣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니, 총 근로시간은 335시간이 산출된다.


2. 2025년 최저시급 10,030원 기준으로 임금 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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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의 하루 일상은 육아시간과 살림하는 시간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 때문에 월급도 대략 340만 원이 산정된다. 전업주부도 월 300만 원 이상 벌 정도의 집안일을 꾸준히,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업에도 경영지원팀이 있다. 한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도맡아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서다. 우리 주부들도 똑같다. 아이의 학업, 집안살림 등을 도맡아 균형적인 가정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소득을 얻고 그로 인해 그 지위 또한 인정받는 직장인과 달리, 전업주부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모든 살림을 살펴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또한 인정받기 힘든 이유가 '자산'으로 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그 '가치'가 눈에 보이도록 이번 기회에 설정해보고 싶었다.

엄마의 노동, 그러나 월급은 없는 지칠 법한 노동환경. 우리들 뿐만 아니라 우리 어머니들도 과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생명이 귀하다는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우리들을 이토록 잘 키워주신 것이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우리는 뒤늦게야 직접 육아하며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육아의 가치를 형상화했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으므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동의 가치, 힘의 가치를. 이제부터 우리 이렇게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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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3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위 글은 올린 지 하루 만에 700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더니 4일도 안되어 누적조회수 12,416을 기록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내 아이디어가 통했다는 사실이 기뻐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젠더 갈등을 부추길 오해가 담긴 글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물가가 올라 '자본 증식'을 위해 재테크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도 실질적인 '자본증식'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지쳐 있는 대중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그리고 요즘엔 맞벌이도 많고 딩크족도 많아서, 아이 육아 주부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또 이 소재로 글쓰기가 애매해졌다.


아깝지만 글을 내렸다. 12,000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처음으로 그런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었던 글이었는데... 사실 이 글을 쓴 이후 학생도 똑같이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서 이 액수만큼이나 가치 있는 경험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는 글도 쓰고 싶었는데, 너무 '돈'으로만 환산해서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렇듯 계속 자기 검열을 하고, 대중의 반응에 신경 쓰며 점점 글쓰기를 주저하게 된다. 교육, 주부, 살림, 경력보유여성, 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계속 버리게 된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잘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일까. 내게 조언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 말씀처럼 정제되지 않은 글을 한번 세상에 내놓으면 쉽게 지울 수 없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 계속 바뀌고 시대와 문화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존경스럽다. 자신의 이야기를 두꺼운 책 안에 에세이로 엮어 출간한 모든 작가님들이. 책을 내기까지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어야 그 긴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묶어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언제쯤 나도 그런 고유한 책을 손에 쥘 수 있을까 부러워하며, 오늘도 나는 내 일상에 숨겨진 소재를 찾아내기 위해 한참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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