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전공했고, 9년 전 이직 시 내 경력을 자산, 부채, 자본으로 엮어 포트폴리오로 만든 것이 면접관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걸 기반으로 에세이를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신선했고 창의적이었고, 그래서 눈에 띌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이건 반드시 될 거라는 희망이 김칫국을 몇 사발 들이키게 했다. 프롤로그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우리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을 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세상에 태어납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의 비상을 위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생명은 그 땅의 최상이고 그 세월의 최선이라는 말처럼 최상과 최선이라는 대우를 받기 위해 나왔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존재들로 살아가기 위해서요.
하지만 배변을 잘하기만 해도, 잘 웃고 잘 먹기만 해도, 어릴 때 충분한 사랑을 받았던 우리들은 점점 나이 들수록 많은 평가와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됩니다.
자본으로만 편중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 잘 모르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되지요. 그런 현실이 싫었어요. 자본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적, 아파트 평수, 2000CC 이상의 차량 소유 등 이런 것들이 중산층의 기준이라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추상적 가치를 그려내는 일입니다.
내재된 가치가 확실하다면 외적 가치에 치우치지 않을 수 있고 자본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스스로를 잘 알아가며 살아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기도 쉬워지죠.
그래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법인(法人)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 회사에도 인격을 부여합니다.
그 인격에 회계장부를 이용하여 가치를 증명하듯 우리 사람에게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회계장부 안의 자산, 부채, 자본의 의미를 잘 활용한다면, 나만의 이야기 속에서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삶이라는 자본과, 부모의 내리사랑이라는 부채를 품고 나오게 됩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는 유아기 시절에 하염없이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지요. 방긋방긋 잘 웃기도 하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기고 앉고 서며 성장의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하고요. 사회로부터 어떤 역할에 충실할 때만 존재를 인정받았던 어른들은 그런 아기들로부터, 그저 엄마라서 아빠라서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이라는 자산을 형성하지요. 우리 인생의 재무제표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건 인생의 CEO가 되는 것입니다.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스스로의 삶을 놓지 않고, 불행했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성장의 기회를 선사해 주는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꼭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통해 부지런히 성찰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잘 기록해 놓는다면 ‘성장’의 기회는 늘 오고, 성장하면서 얻었던 가치들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자본도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잘 이해한 사람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만 머물고 있던 이야기를 마주하며 글 쓰는 이 시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여 성숙한 내면의 눈높이가 향상된 그날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주고 그 마음을 받으며 살아가는 좋은 세상이 멸망한 그날이 오지 않도록, 회사에서만 다루었던 자산, 부채, 자본에 대한 개념을 우리 내면 이야기에 대입하며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 발행 후 익일 댓글과 응원수익이 발생했다.
정말 기뻤다. 응원 수익까지 발생하니 잘하고 싶은 욕구가 앞섰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명확하게 어떻게 풀어낼지 깊이 생각해 보기 전에 발행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쥐어짜서 2개 정도 글을 더 발행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발행 취소 후 생각했다. 기획과 목차를 제대로 구성해야 하는데 의욕만 앞서 '창의적인 글'만 생각하니 오히려 글을 지어내야 하는 작가인 내가 내 글을 어렵게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내가 생각하는 주제와 결이 맞는 도서나 글, 동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깨달은 것 하나. 이 세상에 정말 창의적인 소재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아래는 자산, 부채와 관련지어 글에 담아낸 여러 자료들이다.
'당신이라는 1인 기업'이 성장 및 발전하려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수입은 자신의 가치 상승과 비례한다.
→ 내가 프롤로그에 기재했던 '우리 인생의 재무제표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건 인생의 CEO가 되는 것'과 일맥상통한 책 제목이었다. 또한 자산, 부채, 자본에 에세이를 접목시키며 어필하려 했던 메시지도 위 도서와 대동소이했다. 결국 자신의 가치를 향상해야 자본도 따라온다는 말이었으니까. 이미 이 책의 저자 버크 헤지스는 2017년에 '1인 기업'이라는 소재로 출간까지 했다. 자기 계발서로 나온 이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에세이로 묶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뭣하랴. 주장하는 바는 그와 같고 난 더 이상 어떻게 에세이를 꾸려나가야 할지 무진장 헤매고 있는데.
[초등맘이 꼭 알아야 할 국어 영어 독서법]
* 학습은 유형의 것이 아니라 무형의 것이지요. 알맞은 은행 계좌에 정확히 돈을 입금하는 적금과 달리, 학습은 뇌의 어느 부분에 얼마큼 입력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적어도 어린 나이에 외국어 습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가의 문제에는 이 적금 공식이 부합할 것입니다.
[The one : 부와 성공 행운을 끌어당기는 단 하나의 법칙]
* 젊음이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어줄 '전환사채'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 투자의 제1원칙은 시간이 흘러도 공간이 변해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은 것들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우정, 자연에 대한 정의, 꿈에 대한 도전, 이웃에 대한 자비 같은 것들입니다. 투자금을 잃지 않을 현명한 곳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하세요.
* 조건 없는 사랑의 이자는 법정 최고율을 훨씬 넘는 고리대금업입니다. 더욱이 주는 사람은 주는 즉시 원금 이상을 돌려받게 되는 행복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세상 어떤 대부업체보다 높은 고리를 돌려받게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투자의 종잣돈처럼 조건 없는 사랑을 많이 뿌려놓으세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하지만 시간은 대출이라는 게 없어. 시간을 낭비한 시간 신용불량자가 나중에 더 비참하고 초라해진다면 이해가 빠르려나?
위와 같이 나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자산, 부채를 녹여내 글을 썼다. 찾아보려고 마음먹지 않아도 내 머릿속 구상을 '자산, 부채, 자본'에 깊이 파고들기로 결심해서인지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비슷한 생각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수집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시간은 자산이고, 젊음도 자산이며, 우리의 삶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본이라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래서 많은 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일 테고.
이직 시 내 경력을 재무제표로 표현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서류심사 통과했던 이유도 '창의적인 인재'라기보다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로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굳이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로 본인을 표현해 낸 기특한 지원자니까, 그 열정 덕분에 합격했을 수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인생을 기업의 존재이유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기업은 목적이 수익창출인데 인간의 존재이유가 수익창출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중요한 건 삶은 기업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사실 우리 인생을 기업의 존재이유와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점점 내면의 깊이가 부족하고 인성과 관련된 이슈가 나오기 때문에 기업에서만 다루었던 자산, 부채, 자본이라는 회계적 개념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고 싶었다. 무형가치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고 은폐하고, 그로 인해 타인의 삶이 상처로 끝나는 현상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며 창작했던 내 지난날이, 이미 조금씩 글에 버무리며 세상에 내놓았던 이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반가우면서도 허탈했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을 괜히 했나 싶다가도, 기획하기 전에 미리 수집부터 할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중한 나의 자산, 나의 글이다. 김치에도 총각김치,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등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 그 맛이 다른 것처럼, 내 글도 다른 맛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문장으로 표현해 내는 것은 작가의 능력일 수도 있으니. 치열하게 고민하며 써 내려갔던 글을 잠시 다음 장에서 공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