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페이퍼
[작가 노트]
달빛에 비쳐 은백색으로 보이는 물결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
‘은도’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입니다.
태양빛에 푸르게 빛나던 물은 어둠에 잠기는 순간, 공포의 대상으로 변합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검은 물결은 마치 죽음같이 느껴집니다.
달은 희미한 빛으로 죽음의 물결에 은백색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그 달빛을 꼭 닮은 글로 당신에게 함께 살아가자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때로는 불행을 나누며, 때로는 상처를 드러내며, 때로는 쓰라린 성찰로, 때로는 깊은 사유로 말이죠.
‘은도’라는 이름을 빌려 쓴 글이, 짙은 어둠에 잠겨 있을 누군가에게 위안이자 위로로 닿기를 바랍니다.
달조차 뜨지 않는 그믐의 밤에도, 나의 글이 당신의 검은 하늘에 그믐달을 띄우기를요.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어느 작가님의 글을 통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라는 매거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함께 글을 쓴다니... 멋지고 대단해 보였으나, 그만큼 저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몇 개월 후, '가을에는 트렌치코트를 입어야만 해'를 통해 작가님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초대받았습니다. 운명처럼 말이죠. 처음 매거진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의 두근두근 설레던 마음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낯간지러운 표현에 서투른지라 한 번도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매거진이 마무리된 이 시점에 와서야 깨달았네요. 그래서 이제야 뒤늦게 고백합니다. 작가님들과 함께 글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은 지난가을은 제게 더없이 행복하고 따뜻한 계절이었어요. 찰나 같은 가을을 영원 같은 추억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이 끝을 향해감에 따라 불안이 한파처럼 몰려온 탓에,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벌여놓아 겨울 매거진을 포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겨울 매거진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오로지 작가님들이 나눠주시는 글과 마음 덕분일 겁니다.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작가님들이 보내주실 마지막 온기를 마음에 잘 간직했다가, 다가오는 겨울에 쓰게 될 글에 살포시 담아보겠습니다. 우리 이제 트렌치코트는 조심스레 벗어 옷장에 고이 모셔두고, 포근한 패딩을 꺼내 입고 하얀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