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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도 Jun 06. 2023

용기 있게 도망치기

첫 브이로그를 올렸다


1. 퇴사를 한다.

2. 유튜브 한다.


직장인 2대 허언이라고 한다.

얼마 전 첫 브이로그를 업로드했다. 퇴사한 지 정확하게 2주 만의 일이었다. 업로드하면서 추진력 있는 나 자신에게 취했다. 난 뭘 해도 될 놈이야.

하지만 12시간 후 깊은 절망에 빠졌다.


   조회수가 10인 것이다.
   하... 뭐가 잘못된 거지?



다음 업로드를 위해 촬영과 편집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할 맛이 안 났다. 24시간도 아니고 고작 반나절이 지났는데 난 초조함에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했다. 퇴사는 했고, 유튜브는 망했고, 아 어떻게 먹고살지!!!! 벌써 퇴사한 게 후회됐다.



난 미친 짓을 한 거야...



온갖 망상과 부정적 감정에 휩싸였지만

시름시름 앓고만 있을 순 없었다.

’돌파구를 찾아보자‘


서점에서 책을 뒤지고, 온갖 유튜브 강의를 검색하다가 100만 유튜버 신사임당의 '클래스 101‘ 강의를 발견했다. '2023년 개정판'이라는 머리말이 붙은 유튜브 강의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3/31까지 수강가능!'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가만있어보자... 헉...



4일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3박4일의 유튜브캠프

결론부터 말하면 4일간 나는 매우 행복했다.




100강이 넘는 강의를 4일 만에 들으려면

대략 하루 10시간

허나 깨달음의 쾌락에 도취된 나는 그것을 해냈다. 퇴사에 대한 (이른)후회 따위는 애저녁에 사라져 있었고, 피곤함도 모른 채 꿈에서도 강의가 나올 만큼 열심히 필기하며 봤다.



 나의 조회수는 별 변화가 없었지만 4일 전과 정반대로 이미 백만 유튜버가 된 기분이었다. 다음 해야 할 일을 알았고,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방향이 잡힌 것만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공부한 것들을 적용하면서 영상을 기획했다. 영상편집만으로도 일이 많은데 공부한 것들을 적용해보려 하니, 퇴사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일한다고 들어 올 월급도 없다. 하지만 마음이 설레고 호르몬이 솟구쳤다. 그리고 충분히 알고 있다. 곧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또 좌절하겠지. 또 퇴사를 후회하겠지.



하지만 난 용기 있게 도망쳤다


나흘간 공부하면서 그런 나 자신이 기특해졌다. 1년 내내 퇴사를 고민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워만 하던 날들을 지나 어느새 난 용기내어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생각한 것들을 해보고 있다.


비록 자주 놀라고 자주 실망하고 자주 징징대는 나놈이지만 그런 내 모습도 사랑하고 다독이기로 했다.



난 좌절할 기회를 얻은 용감한 도망자니까.



깨지고 부딪혀보자. 두렵고 불안하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후회돼도 매운 라면 한 봉지 삶아 먹고 툭툭 털고 또 뭐라도 해보는 거다.



즐기며, 성장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계속 덤비리라.

다리를 달달 떨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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