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전히 비좁은 하루 일상

비좁은 세 시간 : 일상 에세이

by 으네제인장

아침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이의 등원을 준비한다. 등원 후에는 집안일을 하고,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하며 먹고 마실 과일과 따뜻한 물도 준비한다.


평일 오전 11시마다 여는 클럽하우스를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그 후에는 글도 쓰고 영어 원서 읽기와 책을 읽기도 하는데 보통 책을 읽을 시간까지는 없을 때가 많다. 아이를 데려오면 다시 시작되는 집안일과 육아를 하며 짬짬이 글을 고치기도 하고, 꾸역꾸역 책을 읽기도 하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될 때가 더 많다. 저녁밥은 주로 배달을 시켜 먹지만 어쩌다 여유가 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배달을 시켜 먹을 때는 음식이 오기 전에 샤워를 하는데 저녁을 만드는 날에는 샤워는 포기해야 한다. 뒷정리까지 다 끝나고 나면 시간이 늦어져서 샤워를 하는 것이 우리 집 식구한테도, 이웃집에게도 조금은 미안해진다.


모든 일과가 끝나면 침실에 들어가기 전 아이의 장난감을 정리한다. 청소는 못해도 물건을 정리 정돈하는 것만 미리 해놔도 다음 날 아침의 집안일이 수월해진다. 예전에는 정리가 끝나면 침실에 들어가서 종이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밤에도 클럽하우스를 하기 시작하면서 클럽하우스에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잠들기 전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잠들기 전 책을 읽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아버지가 퇴직을 하면서 부모님은 일주일에 몇 번씩 우리 집을 방문한다. 부모님은 가능한 내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지만 퇴직한 아버지가 신경이 쓰이고, 치료를 받는 강아지가,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있는 엄마가 걱정이 되어 오는 것을 막지 않는다. 방문이 없는 날에는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도 한다.


최근 일이 더 바빠진 남편은 집에 와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낮에 서로 시간이 맞을 때 통화를 하는데 시답지 않은 일상 이야기도 하고 괜한 투정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푸념을 들어주며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각자의 시간도 중요하고, 아이와 셋이서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가뭄에 내리는 비처럼 반갑고 기다려진다.


비좁은 일상에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들 때보다는 활력이 될 때가 더 많다. 다만 내게 여유가 없으면 글에도 여유가 부족해지는 게 보이고, 글의 호흡도 짧아져서 아쉽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나의 체력이 떨어지면 방의 분위기도 덩달아 가라앉더라. 들어오신 분들의 목소리가 함께 처지는 걸 보며 체력 관리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된다.


20대 중반부터 오랜 시간을 정지된 상태로 지내왔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중립기어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달리거나 멈추는 일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몇 년을 지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가족들과의 시간과 사색, 휴식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보냈다. 그러다 이렇게 다시 달려보니 때로는 하루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왜 이 비좁음이 좋은 걸까.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래서 원하는 만큼 잘하지 못할 때는 아쉬움도 남지만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꽉 채워 지내는 일이 감사하여 오늘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한때는 오늘이 버거웠고, 가까운 과거엔 오늘이 감사했다면 이제는 내일의 방문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마도 오늘이 버거워 사는 걸 포기했다면 얻지 못했을 오늘과 내일을 향한 감사함은, 아프다고만 여겼던 기나긴 어제를 살포시 보듬으며 서서히 치유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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