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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Apr 17. 2023

콩나물은 싫지만, 콩나물국




계절이 바뀌고 공기가 서늘해지면 아침, 저녁으로 떨어지는 기온에 몸이 금세 으슬거린다. 낮에는 더워서 시원한 물을 찾지만 저녁이면 추워져 오늘도 따뜻한 국물을 끓이려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낸다. 



콩나물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국물요리에는 어째서인지 콩나물이 자주 등장한다. 소고기무국에도, 황태국에도, 김치콩나물국에도 콩나물이 들어가고 가끔은 라면에도 콩나물을 넣어 먹는다. 



맑은 콩나물국은 여름에 시원하게 냉국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서늘해진 날씨에 김치를 같이 넣어 따뜻하게 끓여 먹는 콩나물국을 좋아한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마다 멸치로 육수를 내, 김치와 다진 마늘, 콩나물을 넣고 파르르 끓여 만든 김치콩나물국을 먹으면 입맛도 돌고 속도 따뜻해져서 좋다. 



생각해보면 입덧초기에도 이 김치콩나물국을 자주 먹었다. 아직 토덧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라 먹을 수 있는 건 되도록 챙겨 먹었는데 그때 가장 자주 먹었던 게 김치콩나물국이었다. 입덧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열기가 힘들어 직접 만들어 먹진 못했지만 엄마가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을 때면 언제나 김치콩나물국을 부탁했었다. 어릴 때는 감기에 걸릴 때마다 엄마가 이 국을 끓여줬었는데 그러고보니 내겐 김치콩나물국이 아플 때와 입덧 때 먹은 소울푸드 같은 것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아이와 함께 먹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무를 듬뿍 넣고 기름기가 적당히 있는 소고기와 함께 버섯을 넣어 소고기무국을 끓인다. 무국에는 머리와 꼬리를 떼어 정리한 콩나물을 넣어 식감을 살리고 콩나물 특유의 시원함으로 국물의 느끼한 맛도 잡아준다. 



오늘 끓일 황태국에도 콩나물은 들어간다. 아이와 함께 먹기 위해 고춧가루를 생략한 맑은 황태국은 푹 익어 씹을 것도 없는 무와 부드러운 두부, 달걀이 들어가 식감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래서 항상 머리와 꼬리를 정리 하지 않은 콩나물을 그대로 넣어 식감을 더해준다. 소고기무국과 달리 해물육수로 감칠맛을 더하는 황태국에 콩나물까지 더해지면 시원한 국물 맛이 더 풍부해져서 술을 마시지 않고도 속이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콩나물무침과 콩나물 식혜는 좋아하지 않지만 해물찜, 생선찜에는 콩나물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고 맵고 칼칼한 라면이 먹고 싶을 땐 땡초에 콩나물을 꼭 같이 넣어야 맛이 완성되는 거 같다. 맹물에 콩나물을 넣으면 맛도 없고 냄새도 별론데 육수에 콩나물을 넣으면 육수 맛이 좋아진다. 오이처럼 특별히 맛있어 지는 시기가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숙주나물처럼 볶아서 먹기에도 애매하지만 서늘한 날씨에 찾는 국물 요리에는 콩나물이 제격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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