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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네제인장 Apr 17. 2023

과일에 설탕을 붓고 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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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은 제철 과일이 냉장고 안에 들어앉아있는데 먹을 사람은 없고, 그대로 내버려 두기엔 아깝고 그럴 땐 일단 무작정 과일을 냄비에 때려 넣고, 설탕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듬뿍 때려 넣어 잼을 만든다. 




보글보글 거리던 과일즙이 부글 부글을 지나 복, 복 거리며 졸아들면 잼은 완성된다. 건더기가 있는 걸 안 좋아하면 통에 옮겨 담기 전에 채에 걸러 주면 되는데 산딸기 같은 경우에는 씨가 거칠게 씹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먹으려면 귀찮아도 꼭 걸러준다. 




자두 잼, 산딸기 잼, 무화과 잼, 딸기잼, 포도잼, 사과잼. 


양이 많은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고, 설탕을 듬뿍 넣어 달콤한 잼과 황색 사탕수수를 넣어 과일향과 맛이 덜 나는 잼, 그리고 단맛과 새콤한 맛이 적당히 섞인 잼까지.


들어간 과일도 다양하지만 만든 모양도 각양각색인 잼들이 냉장고 한구석에 예쁘게 쌓여있다. 




시중에서 구매한 잼은 주로 빵에 발라 먹지만 내가 만든 잼은 빵에 발라 먹기엔 좀 맛이 부족해서 주로 음료에 섞어 먹는 용도로 사용한다. 여름에는 탄산수에 넣어서 먹는데 단맛이 부족하면 올리고당이나 시럽을 넣어 시원한 에이드로 즐기고 사계절 상관없이 먹을 땐 우유에 타서 먹기도 한다. 




잠이 잘 안 오는 밤이면 따뜻한 우유에 꿀을 타서 마시곤 했는데 가끔은 꿀 대신 만든 잼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에이드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부족한 단맛은 올리고당이나 연유를 넣어 보충하는데 그러면 체내의 혈당이 높아지면서 졸음이 몰려온다(혈당이 떨어지면 예민하고 지치지만, 혈당이 높아지면 나른하고 느긋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 주스나 내가 만들어주는 우유(바나나, 고구마, 두부, 아보카도, 오트밀 등을 넣어 갈아 만든 우유)가 떨어진 날에는 급약 처방으로 잼 넣은 우유를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아이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귀한 제철 과일을 굳이 잼으로 만들지 않고 바로바로 먹으면 제일 좋은데 어째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과일을 먹을 시간적 여유도 많지가 않다. 아이가 먹고 남긴 겉이 조금 마른 과일은 종종 먹긴 하지만 접시에 예쁘게 썰어 먹는 과일은 부모님 집에 가지 않는 이상 잘 먹기가 힘들다. 어쩌다 낮에 기분 낸다고 혼자 굳이 썰어먹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니 자꾸 과일들이 냉장고 속에서 시들어간다. 그게 아쉬워 잼을 만들고 나는 그 잼을 가지고 에이드와 우유를 만들어 먹는다. 시든 과일을 조각조각 내어 허겁지겁 입에 털어 넣는 것보다는 잼을 만들어 음료로 마시는 게 기분도 더 낫고 모양도 더 좋다. 




올겨울에는 귤 잼을 만들게 되려나, 이왕이면 잼을 만들기 전에 귤을 직접 다 까먹으면 좋을 텐데. 


손끝이 노랗게 물들도록 귤을 까먹던 게 그리워지는 겨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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